프라카리 WBSC 회장 일행 전격 평양 방문
北, 친미스포츠 야구 소극적…활성화 포석?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의 리카르도 프라카리 회장이 ‘야구 불모지’인 북한을 전격 방문했다.
20일 조선중앙통신은 “리카르도 프라카리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세계야구 및 소프트볼연맹 대표단이 19일 평양에 도착했다”면서 박천종 체육성 부상(한국의 차관 격)이 평양국제비행장에서 이들을 영접했다고 보도했다.
북측은 프라카리 WBSC 회장 일행의 평양 방문 목적과 구체적인 일정은 설명하지 않았다. WBSC 홈페이지에도 20일 오후까지 관련 내용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WBSC는 세계 아마추어 야구의 최상위 관리기구로 본부는 스위스 로잔에 있다. 세계 랭킹 상위 12개국이 참가하는 야구 대항전인 ‘프리미어 12’를 주최하는 기구이기도 하다.
북한은 WBSC 가입국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야구가 없는 나라로 분류된다. 과거 일제강점기 시기에는 평양철도국 등 야구팀이 활동한 바 있다. 그러나 광복 이후 북한에 공산정권이 들어선 다음에는 ‘친미 스포츠’라는 이유로 야구가 사실상 금지됐다.
북한은 1980년대 중반 아시아야구연맹에 가입한 이후 일부 국제대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북한은 야구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을 계기로 야구 육성에 나섰다. 당시 냉전이 종식되며 북한은 물론 다른 공산권 국가들도 야구를 시작했다.
이 시기 북한에서는 직장 및 학교팀 등 야구팀들이 전국 32개팀까지 늘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으면서 야구에 대한 투자가 약해졌고, 이후에도 사실상 야구에 손을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북한은 이후에도 야구에 대한 끈을 완전히 놓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지난 2016년에는 아시아야구연맹(BFA)에 ‘아시아 심판 클리닉을 평양에 유치하고 싶다’는 의향서를 제출하기도 했으나, 결국 성사되지는 않았다. 북한은 소프트볼의 경우 상대적으로 야구보다 저변이 넓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북한은 야구용어도 ‘우리 식’으로 번역해 쓰고 있다. ‘아웃’을 ‘실격’, ‘스트라이크’를 ‘정확한 공’으로 표현한다. 또 ‘1루’는 ‘1진’, ‘진루’를 ‘진격’ 등으로 쓰기도 한다.
이를 감안하면 프라카리 회장이 북한 내 야구 및 소프트볼 활성화를 염두에 두고 북측과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평양을 찾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프라카리 회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야구의 변방에 위치한 국가들을 방문해 야구·소프트볼 확장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지난 2016년에는 이란을 방문해 현지 스포츠 지도자들에게 야구·소프트볼 발전의 기회와 장점을 설명하고 지원 및 교육 방안 등을 논의했다. 또 2014년에 방한했을 때에는 당시 대한야구협회장과 만나 “북한 야구 보급을 위해 서한을 보내고 필요하다면 방문하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