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파크 38도, 156년만에 최고… 열돔 갇힌 美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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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5000만 명 지역에 폭염 경보
야외 졸업식에 수십명 열사병 증세
냉방용 전력수요 급증에 정전까지

23일 미국 동남부 웨스트버지니아주 서베이어 호수공원의 물놀이 공간에서 소녀들이 물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날 미국 동부 연안을 중심으로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으로 인해 온열 질환자가 급증했다. 미 기상청은 27일부터 6월 평년 기온을 되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베이어=AP 뉴시스

23일 미국 동남부 웨스트버지니아주 서베이어 호수공원의 물놀이 공간에서 소녀들이 물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날 미국 동부 연안을 중심으로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으로 인해 온열 질환자가 급증했다. 미 기상청은 27일부터 6월 평년 기온을 되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베이어=AP 뉴시스
23, 24일 양일간 미국 뉴욕, 워싱턴, 보스턴, 필라델피아 등 동부 주요 도시 일대에 거대한 ‘열돔(Heat Dome)’이 덮치면서 최소 1억5000만 명이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렸다. 열돔은 지표면이 고온 고압의 뜨거운 공기층 아래에 갇히는 현상을 뜻한다. 이로 인해 남쪽 플로리다주에서 북쪽 메인주를 넘어 캐나다에 이르기까지 미 동부 해안선을 따라 곳곳에서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사상 최고 수준의 폭염이 발생했다. 폭염 경보 및 비상사태 선포도 잇따랐다.

뉴욕타임스(NYT), AP통신 등에 따르면 24일 미 동부의 주요 도시는 대부분 화씨 100도(섭씨 약 38도)가 넘는 세 자릿수 온도를 기록했다. 뉴욕 센트럴파크에서는 1869년 공식적으로 기온 측정이 시작된 뒤 6월 24일 기준으로 가장 높은 기온이 관측됐다.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의 온도 또한 섭씨 38도를 기록해 1948년 공항이 건설된 뒤 6월 중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

실제 23, 24일 양일간 뉴욕에서는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흐르고 숨 쉬는 게 답답할 정도의 열기가 이어졌다. 캐나다 토론토에선 더위에 지친 이들이 야외 수영장을 찾았지만 수영장을 감독하는 인명 구조원이 폭염에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수영장이 폐쇄됐다.

미국 기상 당국은 24일 1억5000만 명이 넘는 이들에게 폭염 경보를 발령했다. 주요 지방자치단체들 또한 각종 야외 행사를 취소했다. 그럼에도 곳곳에서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잇따랐다. 뉴욕 인근 뉴저지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야외 졸업식을 열었다가 수십 명이 열사병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뉴햄프셔주에서는 일부 등산객들이 폭염에 의식을 잃었다가 구조됐다.

철로 열기에 따른 사고 우려로 미국 철도 ‘암트랙’의 열차 운행 또한 곳곳에서 지연됐다. 뉴욕, 뉴저지주에서는 냉방용 전력 급증으로 인한 정전도 발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일부 전력회사들은 “불필요한 조명과 전자제품을 끄고, 식기세척기, 세탁기, 건조기를 밤까지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중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일대에서도 55세 여성이 최소 3일간 물이나 에어컨 없이 지낸 후 사망했다고 CNN이 전했다. 이 지역의 온도 역시 최근 며칠간 종종 화씨 100도를 넘었다.

기후 전문가들은 전례 없는 폭염의 이유로 지구 온난화를 지목했다. 또 이런 이변이 더 심해지고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데이비드 로빈슨 럿거스대 지리학 교수는 NYT에 “온난화가 모든 것의 원인”이라며 “최고 기온 그 자체보다 얼마나 오랫동안 더운 날씨가 지속되고 열기가 넓게 퍼지느냐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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