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칼럼]대통령의 아는 체와 모르는 체

17 hours ago 2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오락가락하며
황당한 인용으로 통합 대신 분열 조장
이란의 나무호 공격, 영구 未濟될 모양
남들 다 아는데 대통령만 모른 척

송평인 칼럼니스트

송평인 칼럼니스트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지방선거일 투표를 독려한다며 “플라톤의 말대로 최악의 저질(低質)들에게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투표하셨나요”라는 글을 올렸다. 플라톤은 그런 말도, 그런 취지의 말도 한 적이 없다.

그는 2024년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대표로서 자신의 모교인 중앙대를 찾아 학생들 앞에서 ‘정치에 무관심한 자는 가장 저질인 인간에게 지배당한다’는 말을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로 소개했다가 반나절 지나 플라톤의 말로 정정한 바 있는데 실은 플라톤의 말도 아닌 것이다.

플라톤이 ‘국가’에서 한 말은 “훌륭한 사람이 통치를 거절할 경우 받게 될 가장 큰 벌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통치받는 것이다”라는 말이다. 플라톤이 보기에 훌륭한 사람들은 돈이나 명예에 대한 욕심으로 통치하지 않는다. 내 생각에는 오늘날 정치인들이 명예욕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지만 플라톤은 명예욕마저도 좋지 않은 것으로 봤다. 그래서 훌륭한 사람들이 통치를 거절할 경우 통치를 맡기려면 강제력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게 벌(penalty)이다. 그러면서 벌 중의 가장 큰 벌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the worse)에게 통치받는 것’이라고 했으니 그걸 벌로 여기는 사람은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사람들이라고 하겠다. 플라톤이 “오늘날에는 서로 자기가 통치하겠다고 싸우지만”이라고 쓴 것을 보면 플라톤 시대에도 그런 훌륭한 통치자는 이데아적인 세계에나 있다. 그런 통치자가 바로 철인(哲人)이다.

우리가 플라톤을 통해 소크라테스에게 배운 건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태도의 중요성이다. 대통령이 학자 출신도 아닌데 굳이 플라톤을 인용할 필요가 뭐가 있는가. 필요하지도 않은, 그것도 엉터리 인용을, 그것도 두 번 세 번 하면서 선거 당일 역대 어느 대통령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분열적인 투표 독려 메시지를 국민에게 보냈다.

프랑스 화물선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공격을 받은 건 지난달 4일 우리 화물선이 공격받은 날로부터 하루쯤 뒤다. 당시 엘리제궁 대변인은 “프랑스가 공격을 받은 건 아니다”라며 화물선이 몰타 국적기를 달고 있었고 모든 선원이 필리핀인이었다는 점을 들었다. 나무호는 파나마 국적기를 달긴 했지만 선원 중 6명은 한국인이었으므로 프랑스의 논리를 따르더라도 한국이 공격받은 것이다.

당시 프랑스 선사인 CMA CGM은 사건 직후 직접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엘리제궁도 피격을 부인하지 않았다. 한국 선사인 HMM은 어떤 발표도 직접 하지 않았다. 못 했을 것이다. 그 대신 정부를 통해 “폭발이 있었다”는 발표가 나왔다. 엿새가 지나 이뤄진 폭발 원인에 대한 발표도 선사가 아니라 정부가 했다. ‘공격이 있었다’는 뒤늦게 당연한 발표였다.

프랑스에서는 사고 직후 이란 순항미사일이 프랑스 화물선을 공격했다는 미국 방송 보도가 있었을 뿐이지만 공격 주체가 이란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은 없었다. 우리 화물선에 대해서는 미국 방송도 아니고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공격이 있었다고 밝혔는데도 정부는 미국 쪽에 더 알아보기는커녕 비행체 잔해를 직접 조사한다며 들여왔다. 우리 외교부는 지난달 27일에야 비로소 이란 대함미사일에 의한 피격이라는 발표를 했다. 그러나 혁명수비대에 의한 것인지 민병대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엊그제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또 다른 사족을 붙였다. 미군처럼 그 지역에 정찰 자산을 갖고 있지 않는 한 그걸 어떻게 알겠으며 반대로 미군처럼 그 지역에 정찰 자산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걸 어떻게 모르겠나.

프랑스는 자국 화물선이 공격받은 그날 즉시 지중해에 있는 샤를 드골 핵항모 전단을 수에즈 운하를 통해 이란 앞바다로 보냈다. 말 대신에 행동이었다. 공격을 부인한 이란 정부는 프랑스에 비난을 퍼부었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세계 군사력 5위 국가여서 핵을 가진 북한도 두려울 게 없다는 듯 말하면서도 군함 한 척 보내지 않고 있다. 우리 화물선이 또 피격돼도 계속 정밀 조사만 반복할 모양이다.

이스라엘에는 자국민 폭행에 대해 외교적 결례를 불사한 대통령이 자국민의 생사가 오간 문제에 대해 인도나 태국도 하는 공개 항의도 못 하면서 어제 또 “우리 국민 대상 범죄, 끝까지 추적해 책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이란은 미제(未濟) 범죄자처럼 영구히 ‘추적 중’으로 남을 듯하다. 대통령만 남들 다 아는 걸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모른 척하면 그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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