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칼럼]실패한 ‘카노사 굴욕’ 요구

2 days ago 7

사전협의 없었단 사유로 재제청 요구는 졸렬 물밑 절차와 공식 절차를 구별 못한 어리석음 대법원장 굴복시키는 게 목적이었으나 실패로 돌아가 대통령이 굴욕 당할 판 송평인 칼럼니스트 유신 전만 해도 대법관을 법관추천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했다. 특이한 건 제청이 있으면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고 헌법이 못 박았다는 사실이다. 제청권 행사가 곧 임명이었다. 당시 법관추천회의는 대법원 쪽 사람 4명(대법원장과 3명의 대법관), 대통령 쪽 사람 3명(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대통령이 지명하는 법학자), 변호사협회 쪽 사람 2명으로 꾸려져 현행 대법관추천위원회와 큰 틀에서 비슷하게 구성됐다. 법관추천회의를 빼버리고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 것은 유신헌법부터다. 현행 헌법은 졸속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유신 이전의 틀을 회복하지 못하고 유신헌법에다 국회 동의를 추가했을 뿐이다. 그 결과 유신 체제에서 대법관 임명에 대통령의 뜻을 관철하는 과정에서 생긴 사전협의 관행이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판사는 판결문으로 평가받는다. 그래서 법원은 위로 올라갈수록 구성원 대부분이 인정하는 ‘대법관감’이 생긴다.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사법 농단 몰이로 대법관감 서열을 흔들어 놓은 후 사전협의도 어려워졌다. 그래도 재제청 요구까지 가는 사태는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는 이승만 대통령 시절 이후로는 처음이다. 그런 요구가 없었다고 평온했던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없었다는 게 중요하다. 게다가 이승만 대통령 시절의 재제청 요구는 대법원장을 먼저 대법관으로 보(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대법원장도 아닌 대법관 중 한 명에 대해 특정인을 임명하겠다고 고집을 부린 건 아니다. 졸렬함의 정도가 다르다. 이재명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에는 무슨 근거나 사유가 없었다. 대법원장의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을 나란히 규정한 헌법 104조 2항을 근거라고 하는 것은 논란거리를 근거라고 우기는 엉뚱한 항변이다. 청와대가 부서 된 문서가 아니라 대변인 말로 밝힌 사유는 사전협의가 없었다는 것인데 사전협의는 관행일 뿐이다. 거기에 무슨 규범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권력 분립에 대한 침해가 되는 건 헌법재판소에 물어볼 필요도 없다. 대통령이 제청부터 임명까지 북 치고 장구 치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재제청 요구 자체가 위헌인 것은 아니지만 사전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재제청 요구를 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크다. ...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