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 오른 서울 아파트, 왕서방엔 ‘바겐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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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가치 하락에…외국인 체감가격↓
환율 상승폭, 주택가격 상승률 웃돌아
외국인, 월세 가격 올라도 ‘무덤덤’

  • 등록 2026-06-10 오전 5:00:04

    수정 2026-06-10 오전 6:09:18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서울 아파트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며 국내 주택 수요자의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외화를 쥔 외국인의 체감 가격은 거의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율 상승폭이 주택 가격 상승률을 웃돌면서다. 특히 중국계 자본의 경우 환율 효과 덕분에 1년 전보다 오히려 저렴한 가격에 국내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서울 시내 모습.(사진=연합뉴스)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560원을 돌파하는 등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외국인의 국내 주택 체감 가격이 낮아지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국내 수요자에게는 유례없는 상승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외화 기준으로는 환율이 가격 상승분을 상쇄해 버리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원·달러 환율이 6.4% 급등하는 등 원화 가치가 빠르게 떨어졌다. 지난 1년간 원·달러 환율 상승률은 14.3%(1356.0원→1549.8원)로, KB부동산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의 1년 전 대비 상승률(13.7%)을 뛰어넘는다. 아파트 가격 상승분을 환차익이 상쇄함으로써 달러를 쥔 외국인이면 오히려 체감가가 하락하는 효과가 나온다.

중국 위안화의 경우 환율 효과가 더 극적으로 나타난다. 원·위안 환율은 1년 전 189.6원에서 지난 5일 기준 229.6원 선으로 21.1% 급등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6월 13억 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가격이 1년 만에 1억 8200만 원 가량 올랐음에도, 위안화 기준으로 환산하면 오히려 5.7%(684만 위안→645만 위안) 저렴해진다.

환차익 매력이 부각되면서 외국인의 국내 주택 매수세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가 외국인 대상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하는 등 규제망을 좁혔지만, 가격 메리트가 이를 압도하고 있어서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초 내국인 대비 0.8% 수준까지 떨어졌던 외국인의 집합건물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 비율은 지난달 기준 1.1% 선까지 회복됐다.

시장에서는 아파트 매매가 상승과 전월세 품귀 현상으로 서민 주거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외국인에만 매수에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고가 주택 등 알짜 부동산의 경우 외국인의 체감 가격 하락폭이 더 큰 탓이다. 지난 1년간 가격 상승을 주도한 것은 15억원 내외의 중저가 단지(3~4분위)였으며, 초고가인 5분위 아파트는 9.4% 상승에 그쳐 환차익 효과가 더 크다.

이러한 현상은 임대차 시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전세 매물 부족으로 월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외화를 쓰는 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둔감한 반응이다. 외국인 거주 비율이 높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월세가 많이 올랐음에도 외국인 임차인들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라며 “오히려 평형을 넓히거나 더 고가의 주택 임대를 문의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전했다.

국내 주택시장의 가격 착시를 유발하는 원화 약세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사태나 외국인의 주식 매도 등 단기 악재가 가라앉더라도, 대미 투자 약정 등 구조적 요인 때문에 환율이 쉽게 내려오기는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환율이 새로운 적정 수준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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