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문항 거래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일타강사’ 조정식씨가 법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공방이 본격화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은 3일 청탁금지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교사 혐의로 기소된 조씨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사건의 핵심 쟁점을 정리했다. 이번 사건은 사교육 시장과 공교육 영역이 맞물린 구조 속에서 문항 거래의 경계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를 가늠할 시험대로 평가된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강의 교재 제작 과정에서 외부 문제를 확보하기 위해 교재 제작업체 관계자와 공모해 현직 교사들에게 문항을 제공받고 금품을 지급한 혐의를 받는다. 거래는 약 1년 10개월 동안 이어졌고, 지급액은 수천만 원대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일부 문항은 EBS 교재 발간 이전 단계에서 확보하려 한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조씨 측은 문제 제작 시장에서 통용되는 정상적인 거래였다는 입장이다. 변호인은 “문항 제공은 전문 인력에 대한 용역 대가 성격”이라며 “시장 가격에 맞춰 이뤄진 거래일 뿐 부정 청탁이나 금품 수수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피고인들 역시 사적 계약에 따른 정당한 보수 지급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위법성을 부인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청탁금지법상 ‘정당한 권원에 의한 사적 거래’ 예외 조항의 적용 여부다. 법은 공직자가 일정 금액 이상의 금품을 받는 것을 제한하지만, 계약 관계 등 정당한 권원이 있을 경우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현직 교사가 직무와 밀접한 문항을 외부에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행위가 이 예외에 포함될 수 있는지다.
재판부도 이 부분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검찰에 해당 조항의 해석 기준과 적용 범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며 “정당한 사적 거래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규범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 형사 사건을 넘어 사교육 시장의 문제 제작 관행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직 교사의 외부 문항 제공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에 따라 향후 유사 거래 구조가 제도적 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다음 달 22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고 증거와 쟁점을 정리한 뒤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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