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부터 강렬했다. 길고 넓게 뻗은 보닛, 광폭 리어 펜더와 낮게 깔린 차체는 마치 땅 위를 달리는 전투기 같았다. 새로운 GT는 전통적인 프론트 미드십 스포츠카의 아이코닉한 비율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인 다이내믹을 더해 다시 태어났다. 전면의 공기역학적 디테일, 능동형 리어 스포일러와 언더바디 액티브 에어로 프로파일 같은 디자인 하나하나가 기능과 연결돼 있다.
실내 디자인은 운전을 즐기는데 최적화됐다. 특히 기존보다 7cm 높아진 시트 포지션은 시야 확보에 여유를 줬다. 차체를 최대한 바닥에 붙여 기동성 강조하는 스포츠카 특성상 전면부 일부 시야가 방해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차는 확실히 달랐다. 11.9인치 대형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는 AMG만의 직관적 인터페이스를 주행 중에도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공간이 넓진 않지만 뒷좌석도 마련돼 있다. 2열을 접으면 적재공간이 최대 675리터까지 확보돼 일상과 스포츠를 아우르는 실용성까지 더한 모습이었다.
이날 시승한 AMG GT 55 4매틱+는 장인 한명이 만든 ‘원맨 원엔진’ 4.0리터 V8 바이터보 엔진과 9단 AMG MCT 변속기가 맞물려 최고 출력 476마력, 최대 토크 71.4kg·m를 발휘한다. 토크의 경우 1세대 GT 라인업 중 최고 성능 모델이었던 GTR과 동일한 수준이다. 정지 상태에서는 시속 100㎞까지 3.9초 만에 도달한다.서킷에서 본격적인 가속을 시작하자 신차의 AMG 퍼포먼스 4매틱+ 시스템이 진가를 발휘한다. 전후 토크를 완전히 가변적으로 분배하는 이 시스템은 노면 상태에 따라 접지력을 최적화해준다. 덕분에 고속 구간에서도 민첩한 핸들링을 구사할 수 있었다.
고속 코너링은 AMG GT의 전매특허다. 이 차에 탑재된 AMG 액티브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은 차체의 롤링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리어 액슬 스티어링이 조타 반응을 극적으로 줄여준다. 저속에서는 회전 반경을 줄이고, 고속에서는 고속 안정성을 증대시키는 이 기술 덕분에 마치 차가 내 생각을 읽는 듯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전자식 디퍼렌셜 락과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차량을 제어했다. 연속 코너에서도 GT는 마치 레일을 달리는 듯 정확히 반응했다. 시속 80km 이상에서 작동하는 가변형 리어 스포일러, 고속에서 작동하는 언더바디 에어로 파츠 등은 고속 주행에서 놀라운 접지력과 안정감을 만든다. 이로 인해 속도를 높였을 때의 고속 안정성은 포르쉐 911보다 한 수 위로 느껴졌다.
특히 GT는 AMG 다이내믹 셀렉트를 통해 컴포트부터 스포츠 플러스까지 주행 모드에 따른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반응, 배기음까지 세팅을 조절할 수 있다. 모드를 바꿀 때마다 차가 전혀 다른 성격으로 바뀌는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특히나 트랙에서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가 GT의 극한의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도록 이끌었다. 스티어링은 한층 더 예리해지고, 가속 페달 반응은 더욱 즉각적으로 바뀌었다, 배기음은 마치 레이싱카처럼 거칠고 깊게 울렸다. 트랙 위에서 스포츠 플러스 모드는 그야말로 AMG GT의 본모습을 드러내는 설정이다. 코너 진입 시 스티어링이 손끝의 의도에 정확히 반응하고, 서스펜션은 노면을 날카롭게 읽어내며 차체를 단단히 지탱해줬다. 고속 차선 변경과 급격한 제동 상황에서도 차량은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았고, 정밀한 조향감은 마치 레이싱 드라이버가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반대로 컴포트 모드로 바꾸면 메르세데스-벤츠 고급 세단처럼 조용하고 편안한 주행이 가능했다.여기에 AMG 트랙 페이스 기능을 사용하면 트랙 주행 중 랩타임, 섹터 가속 시간 등을 측정할 수 있어 운전 재미를 더할 수 있다. 휠 속도나 스퀘어링 각도 등의 차량 세부 데이터도 함께 분석 가능하기 때문에 보다 전문적인 서킷 주행을 돕는다.
이날 함께 선보인 다른 AMG 모델들 역시 GT 못지않은 역동적인 주행 감각을 선사했다. 슬라럼 코스를 전담했던 AMG CLA 45 S 4매틱+는 연속된 지그재그를 차체가 흔들림 없이 통과하며 그야말로 AMG다운 완성도를 자랑했다. 2.0리터 직렬 4기통 엔진이지만, 무려 51kg·m의 최대 토크를 뿜어내며 출발 순간부터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핸들링은 민첩하고 조향감은 매우 정밀해 차를 다루기 쉬웠다. 페달 반응도 부드럽고 직관적이어서 고성능 차량이지만 운전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숙련된 드라이버는 물론, 퍼포먼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AMG 특유의 감각을 충분히 끌어낼 수 있는 세팅이었다. GT가 보여준 절대 성능의 정점이 있다면, CLA 45 S는 일상과 서킷을 넘나드는 실용적 퍼포먼스의 정석이었다.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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