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는 영원히’.
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귀금속 기업 드비어스의 광고 문구다. ‘영원의 상징’으로 결혼 예물 등에 사용되던 다이아몬드의 입지가 2020년대 들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랩그로운(lab-grown·실험실 제조) 다이아몬드’ 생산량이 빠르게 늘며 천연 다이아몬드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서다. 물리·화학적 특성이 동일하며 가격은 10%에 불과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생산량 증가에 타격을 받은 드비어스가 매물로 나왔다. 다이아몬드 수출에 경제를 의존하던 일부 아프리카 국가는 재정 타격까지 받고 있다.
랩 다이아몬드는 1954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공업용 합성 다이아몬드를 생산하면서 시작됐다. 이때만 해도 색깔 등에서 귀금속용으로 부적합했지만 2010년대 들어 화학기상증착법(CVD)이 등장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작은 다이아몬드에 화학적 증착을 통해 기다란 다이아몬드 원석을 제조하는 공정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후 기술 발전에 따라 가격이 크게 떨어지며 랩 다이아몬드는 대중화됐다. 드비어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랩 다이아몬드의 미국 내 수요는 2023년 60억달러에서 2030년 90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2024년 미국에선 판매된 약혼 반지의 50% 이상을 랩 다이아몬드가 차지했다.
하지만 천연 다이아몬드를 생산하던 국가는 위기에 빠졌다. 아프리카 최대 다이아몬드 생산국인 보츠와나가 대표적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은 지난달 보츠와나의 국가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국가 수입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천연 다이아몬드 수출이 부진해 경제가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최근 보츠와나의 천연 다이아몬드 재고량은 1200만 캐럿으로 정부가 설정한 기준의 두 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2021년 11.8%에 달하던 보츠와나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2024년 -3%를 기록한 데 이어 뒷걸음질 치고 있다. 보츠와나 정부와 드비어스의 합작 투자회사인 뎁스와나는 지난해 일부 광산의 다이아몬드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세계 천연 다이아몬드 원석의 3분의 1을 공급하는 드비어스도 위기를 맞아 매물로 나왔다. 2011년 127억5000만달러에 달하던 기업 가치는 현재 23억달러로 전성기의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중국과 인도는 랩 다이아몬드 성장에 따른 수혜를 누리고 있다.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보석용 랩 다이아몬드(600만~700만 캐럿) 가운데 중국이 300만 캐럿, 인도가 150만 캐럿을 차지했다. 특히 중국의 허난성은 매년 수백만 캐럿의 랩다이아몬드를 생산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채굴돼 연마되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달리 랩 다이아몬드는 글로벌 분업 구조를 갖췄다. 중국에서 원석을 만들어 인건비가 싼 인도에서 절단·연마한 뒤 세계로 유통된다.
그럼에도 천연 다이아몬드 수요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특히 랩 다이아몬드의 지나치게 낮은 가격 자체가 천연 다이아몬드에는 숨 쉴 구멍을 마련해 준다. 로이터통신은 국제다이아몬드센터(WDC)를 인용해 “랩 다이아몬드에 ‘싸구려’ 이미지가 덧씌워지며 귀금속 시장에서 오히려 소비자의 신뢰를 잃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맞춰 드비어스는 2024년부터 ‘기다린 보람이 있다(Worth the Wait)’는 문구를 마케팅의 전면에 내걸었다. 생성에 수억 년이 걸리는 천연 다이아몬드는 몇 주 만에 실험실에서 만들어지는 랩 다이아몬드와 가치가 다르다는 의미에서다.
보츠와나도 현재 15% 수준인 드비어스의 지분 보유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드비어스 사업에서 여전히 가장 높은 수익성을 가진 부문은 채굴”이라며 “보츠와나는 지분 확대를 통해 천연 다이아몬드 수요를 살릴 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김동현 기자

1 week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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