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친구처럼 지내지만 속으로는 경쟁하거나 질투하는 관계를 뜻하는 이 단어는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며 일본 청년들의 새로운 인간관계 문화를 보여주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프레네미는 친구(Friend)와 적(Enemy)을 합친 말이다. 냉전 시대인 1953년 미국 칼럼니스트 월터 윈첼이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를 프레네미라고 표현한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이후 국가 간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관계를 묘사하는 표현으로 활용됐다. 지난 2011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당시 미국 언론들은 협력하면서도 치열하게 대립하는 양국 관계를 가리켜 ‘프레네미’라고 설명한 바 있다.한때 국제정치 용어로 쓰이던 단어가 이제는 일본 젊은 세대의 일상 언어가 된 셈이다.
● “나를 은근히 견제하는 친구, 싫지만 싸울 수도 없고…”일본 Z세대가 사용하는 프레네미는 ‘친밀함과 적대감이 공존하는 관계’를 의미한다.
앞에서는 칭찬하지만 뒤에서는 흉을 보거나, 친구의 성공을 축하하는 척하면서도 은근히 깎아내리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대표적인 예다.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친구에게 “축하해”라고 말하면서도 “이번 시험은 쉬웠잖아”라고 덧붙이는 식의 행동도 프레네미 관계로 인식된다.일본 청년들은 이러한 관계를 단순한 친구도, 완전한 적도 아닌 미묘한 사이로 설명한다.
이러한 유행의 배경에는 타인에게 상처 주기는 싫지만 할 말은 하고 싶어 하는 Z세대의 방어적인 심리가 깔려 있다. 상대방과 정면으로 부딪쳐 관계를 깨고 싶지는 않지만, 상대의 위선적인 태도를 그냥 넘기기엔 마음이 불편할 때 프레네미라는 표현을 활용한다. 상대에게 “너 완전 프레네미 같네” 라며 가볍게 지적하고 넘기는 식이다.
● SNS 시대가 만든 새로운 인간관계 용어
15일 일본 TBS 방송에 따르면 많은 청년들이 이 단어에 공감하고 있다. 한 대학생은 “친구 관계를 완전히 끊기 애매할 때 속으로 ‘저 사람은 프레네미’라고 정의해 두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일본 Z세대의 프레네미 유행은 깊은 갈등을 회피하면서도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다치지 않게 보호하려는 씁쓸하면서도 영리한 생존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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