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광화문서 여의도까지…아이들 웃음소리 가득찼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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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1.02 08:00 수정2025.11.02 08:00

아침부터 광화문서 여의도까지…아이들 웃음소리 가득찼던 이유

“하나, 둘, 셋! 출발!”

지난 1일 오전 8시 30분, 서울 광화문광장. 이른 아침부터 시민 2만3000여 명이 몰려들었다. ‘서울 유아차 런’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출발 신호가 울리자 부모들이 일제히 유모차 손잡이를 잡았다. 수천 대의 유모차가 동시에 움직이며 세종대로를 가득 메웠다. 한 가족은 두 아이와 같은 색 옷을 맞춰 입었고, 또 다른 가족은 유모차에 풍선을 매달며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

이날 본지 기자도 광화문에서 여의도공원까지 이어진 7㎞ 코스를 아이와 함께 직접 걸었다. 아침 공기가 차가웠지만 도심 한복판을 유모차와 함께 걷는 부모들의 얼굴에는 피로보다 웃음이 더 많았다. 부부가 서로 번갈아 가며 유모차를 밀기도 했고, 조부모까지 함께 나와 걷는 가족도 있었다.

서울시가 지난 봄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한 이번 ‘유아차 런’에는 5000가족, 약 2만3000여명이 참여했다. 첫 행사보다 다섯 배 규모로 커진 대형 시민 축제였다.

아침부터 광화문서 여의도까지…아이들 웃음소리 가득찼던 이유

“이게 진짜 가족 축제죠”…유모차 밀며 웃는 부모들

세종대로 한복판에서 유모차 수 천대가 동시에 이동하자 신이 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빠르게 달리는 ‘토끼반’,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밀며 느긋하게 걷는 ‘거북이반’ 그리고 유모차를 졸업한 초등학생 가족들이 함께한 ‘졸업반’까지 출발선에서부터 끝까지 들뜬 함성이 끊기지 않았다.

30대 부부 김지연·박정수 씨는 “둘째를 낳고 처음 나들이 나온 날”이라며 “이런 행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포구에서 온 한 다둥이 아빠는 “아이 셋을 다 태우고 완주하려고 지난달부터 가족들과 함께 연습했다”며 “도심 한복판에서 유모차를 밀며 달린다는 게 색다른 경험”이라고 했다.

아침부터 광화문서 여의도까지…아이들 웃음소리 가득찼던 이유

광화문광장 인근에서는 외국인 가족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프랑스에서 왔다는 루이 부부는 “도심을 가족과 함께 걷는다는 게 인상적”이라며 “이런 행사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마포대교 구간에서는 아침 햇살이 강물 위로 반짝였다. 부모들은 잠시 멈춰 서서 한강을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찍었다. 한 아이는 유모차 위에서 연일 “아빠 파이팅!”을 외쳤고,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곳곳에서 응원하며 생수을 나눠주고, 경찰과 응급요원들이 안전을 챙겼다.

2만3000명 모인 ‘서울 유아차 런’, 저출생 해법의 현장

아침부터 광화문서 여의도까지…아이들 웃음소리 가득찼던 이유

서울시는 이번 유아차 런을 저출생 시대에 ‘가족이 함께 걷는 행복’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상징적 행사로 기획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출발 직전 “행복한 가족들이 걷고 뛰는 모습 자체가 저출생 극복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지난 봄 첫 행사가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은 뒤, 참가 규모는 5배로 늘었고 신청은 하루 만에 마감됐다.

이번 코스는 광화문광장에서 여의도공원까지 7㎞였다. 지난 행사보다 2㎞ 이상 거리가 늘었다. 시민들은 각자 속도에 따라 걷거나 달렸고, 도심을 벗어나 한강변으로 접어들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일부 부모는 “봄에는 비가 왔는데 오늘은 완벽한 날씨”라며 연일 셀카를 찍었다.

1일 오전 ‘2025 서울 유아차 런’ 결승점에 마련된 이벤트존 내 키즈카페에서 아이들이 놀이를 즐기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완주 가족에게 수여된 기념 메달. / 권용훈 기자

1일 오전 ‘2025 서울 유아차 런’ 결승점에 마련된 이벤트존 내 키즈카페에서 아이들이 놀이를 즐기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완주 가족에게 수여된 기념 메달. / 권용훈 기자

이번 행사에는 방송인 안정은 씨, 원더걸스 출신 우혜림 씨 가족, 펜싱선수 김준호 씨 가족 등 ‘서울베이비엠버서더’도 참여했다. 안정은 씨는 “오늘 기록보다 중요한 건 아이와 함께 쌓는 추억”이라며 “이 길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랙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서울이 점점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바뀌고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는 유아차 런을 비롯해 서울형 키즈카페, 긴급보육돌봄, 초등학교 안심벨 보급, ‘덜달달 프로젝트’ 등 다양한 육아지원 정책을 확대 중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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