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전전하다…'멋진신세계' 신서리 현실판 채서안 [인터뷰+]

1 week ago 7

배우 채서안 인터뷰.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배우 채서안 인터뷰.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Q. "이전의 이력을 보니,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기 활동을 이어왔고, 작품으로 주목받으면서 화장품 모델까지 하는 게 현실판 신서리 같더라고요."

A. "안 그래도 드라마가 방송되던 중에 오빠에게 연락이 왔어요. 극중 신서리에게서 제가 보인다고요. 눈물이 났다고 하길래 저도 울컥했어요."

빠져들 것 같은 눈동자를 빛내며 배우 채서안이 말했다. 지난 20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멋진 신세계'는 희대의 조선 악녀 영혼이 씌어 '악질'해진 무명배우 신서리와 자본주의 괴물이라 불리는 악질재벌 차세계의 로맨스를 담은 드라마다. 배우 임지연, 허남준이 각각 신서리와 차세계로 캐스팅된 가운데, 채서안은 차세계를 향한 직진 구애를 펼치는 재벌 3세 모태희 역을 맡았다.

'멋진 신세계'는 시청률 4.1%(닐슨코리아 전국 일일 기준)로 시작해 최고 시청률인 11.8%를 거두며 막을 내렸다. 방영 내내 3배 가까이 상승하며 고공행진을 펼친 가운데, 넷플릭스에서도 많이 본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TV-OTT 통합 화제성 1위를 기록하며 채서안까지 덩달아 관심을 받았다.

2021년 KBS2 '경찰수업'으로 데뷔한 채서안은 넷플릭스 '지옥', '하이라키', ENA '종이달', 그리고 지난해 글로벌 흥행을 일으킨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의 학씨부인까지 꾸준히 화제작에 이름을 올려왔다. 데뷔 6년차. 하지만 그 시간이 내내 순탄했던 건 아니었다. '현실판 신서리'라는 반응이 나왔던 이유다.

채서안은 한때 짧은 계약을 맺었던 소속사와 정리하고 나서 생계를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떡 공장, 쿠키 공장, 전자제품 공장 등 7곳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촬영 간다고 하면 잘리니까 여러 곳을 동시에 다녔어요. 가야 할 곳이 생기면 서류 제출하고 잠깐 나갔다가 다른 곳에서 근무하고. 그렇게 여러 개를 돌렸어요."

'폭싹 속았수다' 공개일인 지난해 3월 직전까지도 공장과 CCTV 회사에 출근하던 그였다. 가족도 크게 기대를 걸지 않았다.

"오빠는 제가 연기한다고 했을 때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어요. 가족 분위기 자체가 그랬어요. 그러다 학씨부인을 기점으로 대중분들도, 관계자분들도 가능성을 알아봐주시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가족들도 달라지더라고요."

배우 채서안 인터뷰.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배우 채서안 인터뷰.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신서리처럼 고시원 생활을 하진 않았고, 채서안 역시 "궁핍했던 생활을 했던 건 아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일정 수입이 없는 시절의 불안함을 꿋꿋하게 이겨내던 모습이 신서리와 겹쳐지는 부분이다. 학씨부인에 이어 MBC '21세기 대군부인', SBS '멋진 신세계'까지 쉴 틈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오면서 그를 찾는 곳도 늘어났다.

채서안은 "달라진 인지도를 느끼냐"는 질문에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기회가 많아지겠네 하는 게 너무 설렌다"고 했다.

"인지도라는 게, 제가 갖고 싶다고 해서 갖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냥 '내가 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설레는 거예요."

채서안이 모태희로 캐스팅된 것은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감독과 먼저 미팅을 하고, 이후 작가와도 만났다. 감독은 학씨부인으로 주목받던 그를 보고 "보기와 다르게 의외성이 있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차분해 보이는데 발랄할 때도 있고, 발랄할 것 같은데 차분하고 진중하고 그럴 때도 있고. 무거운 면들도 느껴지신 것 같더라고요. 모태희라는 인물이 입체적이고 이중적인 면모를 연기해야 하니, 그게 어울릴 거 같다고 하셨어요."

목소리 톤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모태희는 내레이션이 있고, 후반부에는 어머니와 독대하는 진중한 장면도 담아야 하는 인물이었다. 그런 톤앤매너를 감당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는 것이다.

채서안은 어디에서든 당당한 재벌 모태희를 연기하기 위해 "재벌가 또래 친구들의 유튜브를 찾아보고, 인스타그램 등을 살펴보며 공부했다"면서 미소를 보였다. "저와는 밀접하지 않은 세계라 스타일링도 중요하지만 자세나 태도를 먼저 봤다"면서 "백화점 1층 명품관을 돌며 '나는 모태희다'라고 자기암시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명품 매장을 처음 들어가봤어요. 마침 제 생일이기도 해서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로 작은 지갑을 구입했는데, 고객 응대 방식이 다르다는 걸 직접 경험하면서 '모태희라면 이런 응대를 받겠구나'를 체감했어요."

모태희의 태도뿐 아니라 겉모습까지 완벽하게 선보이기 위해 식단 조절과 운동, 피부 관리까지 "집에서도 바쁘게 생활했다"는 채서안이었다. "실제로는 안경 끼고, 편한 옷을 입고, 건조하게 사는 데, 모태희는 그러지 않을 거 같았다"고. 배가 고파 무심결에 냉장고를 열 때 보라고 '촬영이 3주 남았습니다'와 같은 종이를 붙여 놓았을 만큼 치열하게 모태희에 빠져들었다.

모태희의 대사는 겉으론 싹싹하지만 속뜻은 날카롭다. 작가가 직접 "비즈니스적으로도 많이 쓰는 지능적인 대화법"이라고 설명했다는 그 대사들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컸다.

"임지연 선배와 리딩 때부터 만났지만, 촬영 일주일 전부터 '정신 차려'를 연발했어요.(웃음) 자기암시를 많이 했죠. 유튜브에서 '무례한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는 대화법'을 찾아봤죠. 그러면서 무례한 대화법을 배우고요. 태희 대사들이 웃으면서 냉철하게 촌철살인하는 거잖아요. 그 비언어적 표현을 어떻게 재밌게 전달할지 계속 고민했어요."

그토록 수없이 읽었던 대사들을 대본집이 나온다는 말에 '내돈내산'으로 예약 구입해 "배송을 기다리고 있다"는 채서안이었다. 극중 모습과 달리 진중하면서도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의 채서안이었다. 그런 그의 실제 모습에 스태프들도 놀랐다고. 말수가 없고 사담도 없던 배우가 회식 자리에서 밝고 말괄량이로 변했기 때문이다. 임지연도 "이렇게 밝은 후배인지 몰랐다"며 좋아해줬단다.

배우 채서안 인터뷰.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배우 채서안 인터뷰.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힘든 시간을 지나 빛을 보기 시작한 채서안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무명의 시간에도 연기라는 줄을 놓지 않았던 그다. 채서안에게 "연기가 무엇이길래 그렇게 간절했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저라는 사람은 1명인데,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엄청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요. 그 모든 캐릭터들이 결국 저니까. 연기라는 작업 자체가 저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포기하지 못했어요."

채서안의 활약은 이제 출발점을 지났을 뿐이다. 누군가의 아내, 맞선녀 역할로도 충분히 빛을 낸 채서안은 "다양한 장르, 역할을 해내고 싶다"면서 눈을 빛냈다.

"로맨틱 코미디도, 절절한 멜로도, 액션스쿨도 다녀보고 싶어요. 액션도 도전하고 싶거든요. 어떤 역할이든 받아들이고 싶어요. 모태희보다 더 독한 악역도 문제없습니다. 어떤 역할이든 훌륭하게 다 잘 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