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이란과의 협상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각 국은 이란전의 조기 종전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종전 시점에 따라 고유가에 대한 대응책,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외교적 해결책, 미국 정부와의 원만한 관계 유지 등에 대한 해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전문가들 사이에선 조기 종전을 둘러싼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고유가와 천문학적인 전쟁비용 부담으로 종전에 힘을 쓸 것이라는 게 낙관론의 대표적인 근거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둔 비관론은 호르무즈 해협 관련 타협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경제 피해 가중
조기 종전론의 첫 번째 근거는 이란전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국내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28일 이란전을 시작할 당시 4~6주 내에 승리를 선언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1일 대국민 연설 등에서 “앞으로 2~3주 더 강력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당초 약속했던 6주 시한 내 완벽한 종결이 어려움을 시사한 것이다.
예상보다 길어진 전쟁이 부담스러운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타격이다. 이란전이 길어지면서 고유가에 따른 물가압력도 커지면서다. 6월 인도분 브렌트유와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모두 이날 오전 8시 현재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하며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집권 2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전쟁비용도 천문학적이다. 현재까지 이란전에 들어간 비용만 최소 18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전쟁비용에 따른 적자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전쟁권한법도 종전 압박
미국의 전쟁권한법도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에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로 분석된다. 해당법은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군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을 최대 60일로 제한한다. 60일이 지나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46~53일 구간이 사실상의 ‘전략적 마지노선’으로 거론된다. 이 기간 내에 핵심 군사 목표를 달성하고 종전을 선언할 경우, 대통령은 의회의 승인 없이도 작전을 마무리할 수 있다.
동시에 ‘독자적 결단으로 승리를 이끌었다’는 정치적 성과도 확보할 수 있다. 또 60일 이전에 철수 절차에 착수할 경우, 최대 30일의 추가 유예기간이 허용돼 총 90일까지 군사 활동을 정리할 수 있다. 사실상 의회의 강제 개입 없이 전쟁을 종료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확보되는 셈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제한된 범위에서의 승리 선언을 하는 출구전략을 취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이번 전쟁의 목표를 영토 점령이나 정권 교체가 아니라 △이란의 핵 시설 무력화 △미사일 제조 능력 파괴 △수뇌부 제거 등으로 본다면 이미 승리한 전쟁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이 이란의 군사시설 뿐 아니라 에너지·물류 등 이란의 핵심 경제 인프라까지 마비시키면서, 이란 내부의 전쟁 수행 능력이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호르무즈 치킨게임 변수
하지만 미국과 이란간의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치킨 게임이 이어질 경우 이란전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이란의 인프라 시설을 전방위로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은 이라크 선박이나 식량·사료 등 인도주의적 화물에 한해서만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허용하겠다는 ‘선별적 개방’ 방침을 내비쳤다.
이란이 미국과의 압도적인 군사력 격차에도 불구하고 전장을 장기화할 수 있는 ‘모자이크 방어’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모자이크 방어는 이란 군사 전략의 핵심 개념으로, 중앙 지휘부가 타격을 받아 기능이 마비되더라도 각 지역 부대가 독립적으로 전투를 지속하도록 설계된 ‘세포형 전쟁 체계’다.
이란 외교 수장도 이러한 전략에 대한 자신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달 1일 “모자이크 방어는 전쟁의 끝을 우리가 결정하게 해준다”고 밝히며, 장기전에 대한 대비와 통제력을 강조했다.
전술적 변화도 감지된다. 이란은 과거 대규모 지하 벙커인 이른바 ‘미사일 도시’에 의존해 왔으나, 미·이스라엘의 정밀 타격 능력이 고도화되면서 전략을 수정했다. 고정식 시설은 위치가 노출될 경우 파괴 위험이 크다는 판단 아래, 현재는 이동식 발사대를 중심으로 전력을 운용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 분산된 발사대가 지형지물에 은폐될 경우 탐지와 타격이 극히 어려워진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비영리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분석가 알리 바에즈는 뉴욕타임스에 ‘트럼프, 이란 통제권 상실’이라는 기고문을 통해 “이란은 하메네이가 다른 인물로 대체됐을 뿐이며, 주요 정치 권력층은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다”며 “이란이 재래식 군사력에서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전쟁을 장기화하고 비용을 확대하며 글로벌 경제를 교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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