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현지시간) 모로코 라바트의 로열 골프 다르 에스 살람(파73)에서 만난 양용은(54)의 체격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절보다 오히려 더 날렵해져 있었다. 3년 전부터 탄산음료를 완전히 끊고 식단을 철저히 관리해 90㎏이던 체중을 83㎏까지 줄인 결과다. PGA 투어 챔피언스에서 경쟁할 수 있는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려는 그의 철저한 자기 관리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시아 국적 최초의 메이저 챔피언인 양용은은 21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PGA 투어 챔피언스 하산 2세 트로피에 출전했다. 50대 중반에 접어들어도 매 대회 목표는 우승이다. 그가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여전히 골프를 칠 때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다. “늘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합니다. 그만큼 간절한 이유는 제가 사랑하는 골프를 더 오랫동안 치고 싶어서죠.”
PGA투어 통산 2승을 자랑하는 양용은은 2022년부터 전설들의 무대인 PGA 투어 챔피언스에서 활동 중이다. 이곳은 만 50세 이상 선수 가운데 우승 횟수와 누적 상금 등 철저한 검증을 통과한 이들만 발을 들일 수 있는 ‘진짜 전설’들의 전장이다. 비제이 싱(피지)과 어니 엘스(남아프리카공화국), 콜린 몽고메리(스코틀랜드),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 그리고 한국 골프의 선구자 최경주 등이 양용은과 함께 시니어 투어의 패권을 놓고 다툰다.
하지만 화려한 명성 뒤에 숨겨진 현실은 철저한 ‘숫자 지상주의’다. 양용은이 PGA 투어 현역 시절보다 자기 관리에 훨씬 더 집착하는 이유다. 영구 시드권이 없는 그는 시즌 포인트 랭킹 36위 안에 들어야 내년에도 PGA 투어 챔피언스에서 뛸 수 있다. 유일한 외부 진입로이던 퀄리파잉(Q) 스쿨마저 사라져 한 번 자리를 잃으면 다시 돌아올 길이 막혔다.
“PGA 투어 챔피언스는 뛰고 싶다고 누구나 뛸 수 있는 무대가 아닙니다. 그만두는 건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뛰는 건 제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살아남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연습장 ‘볼보이’로 시작해 세계 정상에 섰던 양용은에게 지금의 투어 무대는 실적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냉혹한 직장과 같다. 그는 투어 생활을 자본주의의 축소판이라고 정의했다. 일하고 성과를 내는 만큼만 보상받는 투명하고도 잔인한 시스템이라는 뜻이다. 그는 “열심히 일한 만큼 얻는 것이지, 놀면서 굴러 들어오는 돈은 없다”며 “저보다 훨씬 뛰어난 선배 레전드들도 경기 두 시간 전부터 나와 스트레칭하며 땀을 흘리는데, 이 세계에서 게으름은 곧 도태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철저한 관리를 통해 각 투어에서 역사를 써가고 있는 그에게 나이가 들어 비거리가 고민인 아마추어를 위한 조언을 구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스쾃 운동’과 ‘계단 오르기’를 꼽았다. “계단오르기는 되도록 두 계단씩 오르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한 계단만 오르면 고관절과 엉덩이 근육이 많이 쓰이지 않기 때문이죠. 다리 근육은 물론 스윙의 바탕이 되는 하체와 코어를 단단하게 잡으려면 반드시 두 계단씩 올라가야 합니다.”
라바트=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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