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사고 과정 중 일부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비언어적 사고로 이루어지며, 이는 수학자나 과학자들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때 자주 나타나는 현상임
- 이러한 사고는 무의식적 병렬 탐색과 유사하지만, 완전히 무의식적인 것이 아니라 긴장된 집중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의식적 비언어 사고 형태로 설명됨
- 언어는 사고를 정확하게 구조화하고 검증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사고의 속도를 늦추고 ‘거짓된 정밀함’ 을 유발할 수 있음
- 깊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은 언어적 압축 없이 고차원적 개념 공간에서 빠르게 탐색할 수 있으나, 초보자는 언어를 통해 사고를 안정화해야 함
- 글쓰기와 비언어적 사고는 상호 보완적 관계로, 글쓰기는 사고를 정제하고 검증하는 도구, 비언어적 사고는 창의적 탐색의 원천으로 작동함
1. 비언어적 사고의 발견과 수학자들의 사례
- 1940년대 프랑스 수학자 Jacques Hadamard는 동료 수학자들에게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물었고, 대부분이 단어, 이미지, 수식 없이 사고한다고 답변
- 그들은 손끝의 진동, 귀에 들리는 무의미한 소리, 흐릿한 형태 등으로 사고 과정을 묘사
- Hadamard 자신도 이러한 경험을 공유하며, 이를 단순한 공상과는 다른 특수한 인지 처리 방식으로 구분
- 저자는 이 기록을 읽고, “언어 없이 사고한다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제기
- 자신이 글로 생각을 정리할 때마다 논리적 결함이 드러나는 경험을 떠올리며, 언어화 과정이 사고의 검증 장치임을 인식
- Paul Graham의 글을 인용하며, “글로 쓰지 않은 생각은 완전한 생각이 아니다”라는 주장 소개
- 그럼에도 불구하고 Hadamard의 동료들은 며칠간 언어 없이 생산적인 사고를 지속할 수 있었음
2. 긴장된 무의식적 처리와 ‘갑작스러운 통찰’
- Hadamard의 저서 The Psychology of Invention in the Mathematical Field는 Henri Poincaré의 ‘갑작스러운 조명(sudden illumination)’ 개념으로 유명
-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무의식 속에서 해결책이 ‘샤워 중’처럼 불현듯 떠오르는 현상
- 이 과정은 무의식이 병렬적으로 탐색하며 다양한 조합을 시도한 결과로 설명됨
- 의식적으로 문제를 붙잡고 씨름하는 동안, 뇌는 문제의 구조와 공백을 모델링함
- 이후 의식이 다른 일에 집중할 때, 무의식이 자유롭게 탐색을 수행
- Hadamard가 말한 사고는 단순한 무의식적 탐색이 아니라, 집중된 상태에서의 병렬적 사고로 보임
- 그는 문제를 머릿속에 ‘단단히 고정’한 채, 단어 없이 흐릿한 형태로 유지
- 예를 들어, 무한급수 문제를 다룰 때 머릿속에 두꺼운 리본 형태의 이미지가 떠올랐다고 기록
3. 뇌의 네트워크와 비언어적 사고의 신경학적 추정
- 저자는 언어적 표현이 감정 반응을 억제하거나, 집중 시 기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가 억제되는 연구를 인용
- 이는 왜 ‘샤워 중 통찰’이 발생하는지를 설명함
- 가설적으로, Hadamard와 같은 수학자들은 기본 모드 네트워크와 실행 통제 네트워크를 동시에 활성화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
- 이는 무의식적 탐색을 유지하면서도 문제의 제약 조건을 벗어나지 않게 하는 이중 모드 사고 가능성 제시
- 실제 연구에서도 창의적 작업 시 두 네트워크가 동시에 활성화된다는 결과가 있음
- 숙련된 창의적 전문가들은 기본 모드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도 실행 통제로 사고를 조율
- 이는 훈련된 정신적 자세로, 발레리나의 회전처럼 고도의 인지적 조정 능력을 요구
- Hadamard는 종종 방 안을 걸어 다니며 ‘내면의 표정’을 지었다고 증언됨
- 일부 물리학자는 하루 종일 벽을 바라보며 사고했다고 전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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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나 언어 없이 장시간 생산적 사고를 지속하는 사례로 제시
4. 언어의 무게와 사고의 압축
- Hadamard는 쉬운 계산에는 기호를 사용했지만, 어려운 문제에서는 기호조차 ‘너무 무겁다’ 고 표현
- 언어는 사고를 고차원적 연결망에서 저차원적 선형 구조로 압축해야 하므로, 본질적으로 노동집약적 과정
- 적절한 단어를 찾고 순서를 정하는 데 집중이 필요하며, James Joyce의 “단어 7개를 썼지만 순서를 모르겠다”는 일화로 설명
- 언어적 압축을 생략하면, 비언어적 고차원 공간에서 더 빠른 조작이 가능
-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약한 정신 모델을 가지고 있어, 언어 없이 사고하면 오류와 모순이 많음
- 반면, 깊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은 언어 없이도 빠르고 정확한 탐색 가능
- 예를 들어, 한 물리학자는 청소년기에 Einstein의 ‘언어 없는 사고’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수천 시간의 학습 후 동일한 경험을 인식
5. 글쓰기의 역할: 검증과 기억의 구조화
- Hadamard는 글쓰기가 여전히 필수적이라고 강조
- 비언어적으로 얻은 통찰은 수학적 기호와 논리로 검증되어야 함
- 글쓰기는 직관의 진위를 확인하는 피드백 메커니즘 역할
- 글쓰기는 또한 ‘중간 결과(relay results)’ 를 남겨 사고의 다음 단계를 가능하게 함
- 수학자 William Hamilton은 이를 “모래언덕에 터널을 뚫는 작업”에 비유
- 언어는 터널의 아치처럼, 사고를 지탱하는 구조물로 기능
- 그러나 글쓰기는 ‘거짓된 정밀함(false precision)’ 을 유발할 위험도 있음
- 불확실한 부분을 억지로 문장으로 채우면, 그럴듯한 허구적 완결성이 생김
- Hadamard의 동료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흐릿한 사고 상태를 유지
- 확실히 아는 부분만 글로 고정하고, 나머지는 ‘정확하게 모호한 상태’ 로 남김
6. 언어적 사고와 비언어적 사고의 상호작용
- 비언어적 사고는 속도와 폭넓은 탐색이 장점이지만, 오류 가능성이 높음
- 글쓰기는 정확성과 검증을 제공하지만, 사고의 유연성을 제한할 수 있음
- 깊은 사고는 두 방식을 오가며 이루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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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언어적 사고로 통찰을 얻고, 글쓰기로 구조화하고 검증
- 글쓰기와 독서는 무의식이 활용할 정신적 구조물과 중간 결과를 제공
- 저자는 9개월간 이 주제를 탐구하며, 언어가 언제 도움이 되고 언제 방해가 되는지를 의식적으로 구분하게 되었음
- 최근에는 비언어적 사고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도, 글쓰기를 통해 사고의 구조를 정제하는 습관을 유지
7.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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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없는 사고는 창의적 탐색의 원천, 글쓰기는 사고의 검증과 구조화 도구로 상호 보완적 관계
- 깊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일수록 언어적 압축 없이 사고할 수 있지만, 글쓰기를 통해 직관을 검증해야 함
- 언어는 사고를 느리게 하지만, 동시에 사고를 현실로 고정시키는 유일한 수단
- 따라서 생산적 사고는 언어적 명료성과 비언어적 유연성의 균형 위에서 이루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