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 다음 단계의 AI 핵심 기술로 퀀텀처리장치(QPU)를 지목하고 QPU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핵무기 개발의 산실인 에너지부(DOE) 산하 각종 연구소와 주요 양자 기술 기업들을 모두 망라한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해 '가속 양자 슈퍼컴퓨터'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올 초만 해도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던 입장과 전혀 다른 행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9일 "머지않은 미래 모든 엔비디아 GPU 슈퍼컴퓨터는 양자 프로세서와 긴밀히 결합된 하이브리드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고 29일 밝혔다. 엔비디아는 이날 GPU와 양자 프로세서를 긴밀히 결합해 가속형 양자 슈퍼컴을 구축하는 개방형 아키텍처인 '엔비디아 NVQ 링크'를 공개했다. 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APEC CEO 서밋' 특별연설에서 앞으로 주목해야 할 하이테크로 양자, 인공지능(AI), 차세대 원전 세 가지를 지목했다.
황 CEO는 "NVQ 링크는 양자와 고전 슈퍼컴을 단일 통합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로제타 스톤(결정적 단서)'이 될 것"이라며 "이는 양자-GPU 컴퓨팅 시대의 개막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NVQ 링크가 다양한 양자프로세서와 제어 하드웨어를 AI 슈퍼컴퓨팅 환경에 직접 연결하는 '턴키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큐비트는 0과 1의 중첩과 얽힘 등을 통해 디지털 컴퓨터가 처리할 수 없는 대규모 연산을 초고속으로 처리하는 양자컴퓨터의 최소 정보처리 단위다. 다만 큐비트는 확률 연산이기 때문에 물리적인 외부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하고 오류 발생 가능성이 높다. 이런 '양자 오류'를 정정하고 제어하는 알고리즘이 반드시 필요하다. 엔비디아는 "이런 오류 정정 알고리즘은 기존 슈퍼컴퓨터에서 실행돼야 한다"며 "NVQ링크는 큐비트 오류를 제어하고 실질적 양자 애플리케이션을 구현해 산업 전반에서 혁신적인 양자 기술을 구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NVQ 링크 개발에 오크리지국립연구소,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페르미연구소 등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주요 연구소들이 참여했다는 점이다. 인류 역사상 최대 과학 프로젝트로 불리는 미국의 핵폭탄 개발 사업 '맨해튼 프로젝트'에 대부분 참여한 연구소들이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DOE) 장관은 이날 "고성능 컴퓨팅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속 양자 슈퍼컴퓨팅'이라는 차세대 컴퓨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립 연구소와 스타트업, 엔비디아를 비롯한 기업들 간 긴밀한 협력은 이 과제(가속 양자 슈퍼컴퓨팅)의 핵심"이라며 "우리 시대의 중대한 과학적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강력한 시스템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들 가운데서는 리게티컴퓨팅, 아이온큐, 파스칼, 쿠에라, 퀀티넘, 콴델라, 아톰컴퓨팅, 인플렉션, 옥스퍼드퀀텀서킷, 퀀텀머신즈, 큐블록스, 취리히인스트루먼트, 디라크, IQM퀀텀컴퓨터스, 오르카컴퓨팅 등 글로벌 양자 기술 업체들이 NVQ 개발에 대부분 참여했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연구자와 개발자들은 엔비디아의 쿠다-Q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통합된 NVQ링크를 통해 CPU, GPU, QPU를 아우르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테스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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