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급과 사내 복지만 보고 회사를 고르던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다. 취업준비생은 '성과급' 있는 회사를 선호하고, 재직자는 성과급 규모뿐 아니라 산정 기준까지 따져 묻는다.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거액의 성과급 규모로 화제가 되면서 성과급 유무와 지급 방식이 '가고 싶은 회사'를 가르는 주요 기준으로 떠오른 모습이다.
28일 한경닷컴이 블라인드를 통해 입수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5월 블라인드 토픽에서 '성과급'이 포함된 게시글은 6만222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만6691건)보다 69.6%나 늘었다.
월별로 보면 1월 1만3766건, 2월 1만2845건, 3월 9574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8%, 37.7%, 30.9% 증가했다. 증가세는 삼성전자 성과급에 대한 관심이 커진 4월 이후 더 뚜렷해졌다. 4월 성과급 관련 게시글은 1만8862건으로 전년 동월보다 266.5% 늘었고, 5월에도 7176건으로 417.7%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재직자의 언급 증가가 두드러졌지만 성과급 논의가 특정 회사에만 쏠린 것은 아니었다. 두 회사를 제외한 그 외 회사 재직자의 성과급 게시글도 올해 1~5월 4만642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9% 늘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 성과급 언급이 많았던 회사는 LG전자, 현대자동차, 공무원, LG에너지솔루션, 한화오션, 대한항공, LG화학, SK이노베이션, KB국민은행, SCK컴퍼니 등이었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보상 문제가 직장인들의 관심사로 번진 셈이다.
성과급 따지는 취준생들
성과급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도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떠올랐다. 진학사 캐치가 취업준비생 15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는 '연봉 4000만원에 실적에 따라 0~100% 성과급'을 선택했다. '연봉 5500만원에 성과급 없음'을 고른 응답자는 40%였다. 고정 연봉이 1500만원 더 높은 조건보다 성과에 따라 더 받을 수 있는 구조를 택한 응답자가 더 많았다.
기업 지원 때 보상 제도가 중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도 82%에 달했다. 회사가 좋은 성과를 냈을 때 가장 이상적인 보상 방식으로는 '성과급 지급'이 59%로 가장 많았다. '기본급 인상'은 20%였다. 성과급이나 기본급 인상처럼 직접적인 금전 보상을 택한 응답자가 10명 중 8명꼴에 가까웠다.
다만 성과급 선호가 '무조건 많이 달라'는 요구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같은 조사에서 성과급 상한에 대해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기준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응답이 38%로 가장 많았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응답도 37%였다. 성과급이 어떤 기준으로 지급되는지도 함께 본다는 얘기다.
성과급 산정 방식도 쟁점
재직자들 사이에서는 성과급 규모와 산정 기준이 더 민감한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불거진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제도화할 것을 요구하며 사측과 맞섰고, 임금협상 과정에서 총파업 가능성까지 거론했었다.
회사가 성과급을 지급하더라도 어떤 실적을 기준으로 재원을 정했는지, 개인과 조직 성과를 어떻게 반영했는지 설명이 부족하면 불만이 커질 수 있다. 오는 29일 2차 파업을 앞둔 카카오 노사 갈등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카카오 노사는 성과급 재원 산정 방식과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의 성과급 포함 여부를 두고 이견을 보여왔다. 쟁점이 지급액을 넘어 보상 구조 전반으로 확산한 사례다.
블라인드 데이터에서도 이런 불만이 확인됐다. 지난달 카카오 재직자 평판 관련 게시글 중 보상에 관한 부정 언급 비중은 45.7%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네이버는 27.3%였다. 카카오의 급여 및 복지 평점은 5점 만점에 1.8점으로, 2022년 1월 이후 월별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 HR(인적 자원)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구직자들은 연봉 총액뿐 아니라 성과급 구조와 지급 가능성까지 함께 본다"며 "재직자들도 성과급 규모만큼이나 산정 기준과 배분 방식이 납득 가능한지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홍민성/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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