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선택이 실제로 내 이자를 불리고 있는지, 아니면 ‘부지런한 손해’를 쌓고 있는지는 통장을 열어본 사람만 안다.
지금이 정말 고금리의 ‘막차’ 구간이라면, 풍차를 돌리는 선택이 오히려 실질적인 수익을 깎아 먹는 역설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풍차 돌리기는 목돈을 한 번에 넣지 않고 매달 나눠 예금에 가입하는 방식이다. 향후 금리가 더 오를 경우, 나중에 들어가는 자금은 더 높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핵심이다. 다만 이 방식은 금리가 오를 때만 유리하고, 멈추거나 내려가는 구간에서는 기회비용이 커지는 구조라는 전제를 안고 있다.● 왜 ‘막차’라는 말이 나올까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여러 차례 연속 동결했다. 최근 통화정책방향문에서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빠지면서, 추가 인하 기대가 약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물가와 경기 흐름에 따라 방향성은 여전히 시장의 관심사다.
이 흐름은 은행 예금 금리에 먼저 반영된다. 20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시중은행 정기예금(12개월·단리 기준) 기본 금리는 대부분 연 2%대 후반에 형성돼 있다. 우대금리를 포함해야 연 3%대 초반을 맞추는 구조다. 가입 시점을 고민하는 사이, 금리 상단이 점차 낮아지는 흐름이 포착된다.● 1200만 원 풍차 돌려보니…이자는 ‘반 토막’문제는 이 ‘기대’가 틀렸을 때, 손해는 조용히 누적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1200만 원의 여윳돈을 가진 직장인이 모든 가입 시점에서 동일한 우대금리(연 3.2%)가 적용된다는 가정하에 예금에 가입한다고 보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이자소득세 15.4% 적용)
한 번에 1200만 원 예치: 1년 뒤 세후 이자 약 32만 원
매달 100만 원씩 12개월 풍차: 1년간 세후 이자 합계 약 17만 원
→ 결과: 같은 금리 조건에서도 풍차 방식을 택하면 약 15만 원을 덜 받는다.
차이는 ‘시간’에서 나온다. 이자는 은행에 맡겨둔 기간에 비례한다. 풍차 방식은 전체 금액이 고금리를 적용받는 평균 기간을 스스로 줄이는 구조다.
● 우대금리라는 함정…풍차는 3%대를 타기 어렵다
현장에서는 더 냉정한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의 연 3%대 초반 금리는 대부분 ‘첫 거래’ ‘급여 이체’ ‘카드 실적’ 등 조건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는 우대금리다.
풍차 돌리기를 하면 첫 통장은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지만, 두 번째부터는 기존 고객으로 분류돼 혜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이후 통장은 기본 금리(2%대 후반)에 묶이면서, 실제 수익률 격차는 시뮬레이션보다 더 벌어질 수 있다.● “유불리는 금리 흐름과 자금 상황에 달렸다”
풍차 돌리기와 정기예금 중 어느 쪽이 더 유리한지는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은행권의 공통된 설명이다. 자금 사정과 향후 금리 흐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풍차 돌리기는 저축 습관 형성이나 중도해지 위험 분산, 분산 투자 측면에서 장점이 있고, 정기예금은 안정적인 단기 자금 운용에 유용하다”며 “개인의 저축·투자 성향에 맞는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풍차 돌리기는 수익률 전략이라기보다 현금 흐름을 관리하기 위한 방법에 가깝다”며 “가입 시점마다 금리가 달라지는 만큼, 금리 변동성 관리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향후 금리 전망과 자금 상황에 따라 유불리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시각을 종합하면, 풍차 돌리기는 ‘수익 극대화’보다는 ‘자금 관리’에 초점이 맞춰진 방식에 가깝다. 금리 변동성에 대응하는 데는 유연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일정 금리를 전체 자금에 확정하는 정기예금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의미다.
● 재테크인가, 통제형 취미인가
사실 풍차 돌리기를 지탱하는 것은 숫자보다는 심리다. 매달 100만 원씩 12개의 통장을 만드는 과정은 번거롭지만, 그만큼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는 효능감을 준다.
하지만 분석한 결과, 이 심리적 만족감의 대가는 생각보다 비쌌다. 돈을 불리는 ‘설계’라기보다, 자칫 부지런해 보이고 싶은 ‘취미’에 머물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기준은 금리 전망이 아니라, 이 돈을 언제 써야 하는가다. 전문가들은 풍차 돌리기의 장점을 수익률보다 유동성에서 찾는다. 매달 일부 자금이 풀리는 구조는 예기치 않은 지출에 대응하기 쉽다.
따라서 1년 안에 써야 할 단기 자금이라면 풍차나 파킹통장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반면 2~3년 이상 굴릴 수 있는 여유 자금이라면, 현재 금리를 최대한 길게 확보하는 고정 예금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팩트 필터]
지금 나는 ‘관리’를 하고 있는가, ‘심리적 위안’을 얻고 있는가.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소액 분산은 오히려 기회비용을 키울 수 있다.
필요한 건 부지런한 통장 쪼개기가 아니라, 내 돈이 ‘얼마 벌고 있는지’보다 ‘언제 쓸 돈인지’를 먼저 정하는 설계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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