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리그1 챔피언의 자존심에 금이 갔다. 왕조를 세우자마자 급격히 내리막길을 탄 울산HD의 선택은 시즌중 전면 개편이다.
울산은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신태용(55) 감독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신 감독은 울산 지휘봉을 잡고 구단을 통해 "K리그와 울산이 더 명문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취임 소감을 전했다.
울산은 앞서 K리그1 3연패를 달성하며 왕조를 세웠다. 2022시즌 라이벌 전북 현대를 승점 3 차이로 제치고 정상을 탈환하더니 이후 두 시즌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강원FC 두 경쟁자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리그 절대 1강에 들어서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울산은 3연속 우승을 차지한 뒤 급격히 내리막길을 탔다. 지난 시즌 중 울산 사령탑이 된 김판곤(56) 감독은 성적 부진으로 단 1년 만에 구단과 합의 끝에 계약을 해지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김 감독 체제의 울산은 반등의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최근 10경기에서 무승(3무 7패) 늪에 빠졌다.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조별리그에서는 모두 패하며 세계 무대와 격차를 느꼈고, K리그1 순위는 파이널B 그룹에 속하는 7위로 추락했다.
선수 시절 울산의 첫 리그 우승 주역이자, 감독으로도 정상에 오른 첫 사례였던 김 감독의 시즌 중 사임이 더욱 뼈아프게 느껴질 만한 이유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울산은 2025시즌 파이널 라운드 진입 전 칼을 빼 들었다. 신 감독을 선임한 데 이어 코칭 스태프 전면 개편까지 예고했다. 신 감독 부임 발표 약 두 시간 전 울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조광수 수석코치를 비롯한 스태프 6명과 동행을 마무리한다고 전했다.
사실상 신 감독에 힘을 실어주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김 감독 체제에서 활동했던 주요 스태프들이 모두 울산을 떠나게 됐다.
울산 사령탑 부임에 앞서 신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인도네시아 A대표팀을 이끌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특히 세계 축구계에서 약체로 통하는 인도네시아를 사상 첫 월드컵 3차 예선으로 이끄는 등 녹슬지 않은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다만 K리그 사령탑으로서는 13년 만의 도전이다. 신 감독은 2012년 성남 일화 감독직에서 물러난 이후 오는 9일 제주SK와 홈 경기에서 울산 감독으로서 데뷔전을 치른다.
자신감은 충만하다. 신 감독은 "선수 시절 울산과 많이 맞붙고, 문수경기장에서 많은 경기를 치렀는데 그때마다 울산은 정말 강한 팀이었다. 감독으로 이 팀에 오게 될 줄은 몰랐다"며 "울산 구단과 팬들에게 호랑이처럼 용맹스러운 팀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익숙한 선수도 많다. 신 감독은 과거 대표팀에서 지도했던 김영권, 조현우, 정우영, 이청용 등 옛 제자들과 재회한다. 베테랑 선수들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신 감독은 "팀 분위기를 빠르게 쇄신하고, 좋은 분위기로 이끌어갈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빠른 데뷔전 승리가 맹점이다. 울산은 24경기 승점 31로 2위 김천 상무(24경기 39점)를 불과 8점 차이로 추격 중이다. 다만 밑으로는 강등권 수원FC(24경기 28점)에 단 3점 차이로 쫓기고 있다.
일단 소방수로서 능력을 입증한 바 있는 신 감독이다. 특히 신 감독은 2018 러시아월드컵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울리 슈틸리케(독일) 전 감독을 대신해 급히 A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월드컵 본선에서 신 감독은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에도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서 당시 FIFA 랭킹 1위인 독일을 2-0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분명 시간이 부족해도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지도자로서 인정받은 셈이다.
짧은 시간 안에 신 감독이 본인 특유의 색깔을 내며 울산의 반등까지 이뤄낼지는 미지수다. 당장은 오로지 승점 획득에만 집중하며 경기를 풀어갈지, 실리와 재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노릴지 신 감독의 운영 흐름을 파악해 볼 만하다. 신 감독은 "울산은 좋은 팀이기 때문에 반등할 수 있다"며 "조금만 기다려 주시고 저 신태용을 믿고 응원해 주시면 우승은 못하더라도 우승에 근접하는 팀으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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