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프로야구 1000만 관중 시대 ‘티켓 전쟁’
작년 첫 1000만 관중 열기 이어져… 입장표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KT-삼성, 멤버십 등급별 차등 예매… 선예매 시간대 3개로 나눠 운영
팬들 “선예매 상업적으로 변질”
암표 거래-대리 티케팅도 횡행… “공인된 플랫폼서 재판매” 의견도
지난해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한국프로야구가 올해도 흥행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인기가 높아질수록 티켓 구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선(先)예매를 넘어 선선선예매까지 등장한 ‘티켓 전쟁’의 내면을 들여다봤다.》
● 시간 단위로 나뉘는 선선선(先先先)예매
현재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모두 선예매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티켓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예매 시스템에 먼저 접속할 수 있는 선예매 제도가 팬들 사이에서 더욱 요긴하게 활용되고 있다. 수요가 늘면서 구단도 시즌권, 멤버십을 다양화하며 선예매 제도를 시간 단위로 나눠 차등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구단들이 시즌권, 멤버십 구매 고객들을 위해 선(先)예매도 모자라 선선예매, 선선선예매 제도까지 도입하면서 티켓 예매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선선예매 제도를 운영 중인 대표적인 구단은 KT와 삼성이다. KT의 경우 빅또리 회원에게 일반 예매 하루 전 오후 3시부터 먼저 예매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앞서 매직 회원은 예매 하루 전 오후 2시, 시즌권 회원은 오후 1시부터 예매가 가능하다. 선예매에서도 1시간 단위로 등급이 세 번이나 나뉜 것. 티켓이 간절한 팬들의 입장에선 1시간은 하늘과 땅 차이다.
상품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삼성의 최고가 상품인 프리미엄 블루 시즌권의 가격은 좌석에 따라 연간 200만∼400만 원대다. 구매자는 선예매 권한은 물론이고 전용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고, 경기에 앞서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의 타격 연습도 관람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받는다. 삼성은 시즌권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시즌에 앞서 정책설명회도 했다. 80장의 선예매권은 12만 원에 판매됐다.
LG는 선예매 권한이 있는 연간 회원권 가입비를 지난해 2만 원에서 올해 10만 원으로 인상했다. 그럼에도 첫날부터 접속자가 몰려 한때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팬들은 “과열 경쟁 유도” 불만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면서 암표 거래도 횡행하고 있다. 주요 중고 거래 사이트에선 정가의 3∼5배 수준에서 티켓이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대리 티케팅 업체들도 성행하고 있다. 원하는 경기와 좌석을 정해 신청하면 수수료를 받고 대신 예매를 진행해 준다는 식이다. 구단들은 멤버십 양도 시 회원 자격을 박탈하고, 암표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막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선예매가 활성화돼 일반 예매가 어려워질수록 신규 팬 유입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구단으로선 오랫동안 팀을 응원해 온 열성 팬들을 위한 혜택을 갑작스레 줄이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LG의 경우 10년 연속 연간 회원권에 가입한 장기 회원들을 대상으로 선선예매 권한을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 대부분의 멤버십, 시즌권 또한 기존 가입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일각에선 해외처럼 공인된 플랫폼을 통한 티켓 재판매를 활성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가 올 1월 펴낸 ‘티켓 재판매에 관한 해외 사례 연구’에 따르면 미국은 가격상한제와 재판매 자격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뉴욕주의 경우 티켓 재판매를 위해 정부 등에 200달러(약 28만4000원)의 수수료를 내고 라이선스를 발급받아야 한다. 벨기에, 프랑스 등에서는 행사 주최자의 허가가 있어야만 티켓 재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학회 측은 “티켓 정보와 이에 포함된 수수료 등을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 플랫폼을 포함하는 2차 판매자의 주의 의무를 강화해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팬들 사이에서는 추첨제, 마일리지제, 연령별 쿼터제 등의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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