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정양환]‘쿨 재팬’의 허망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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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환 문화부장 “쿨(Cool)한 일본의 매력을 세계로.” 2010년대 초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는 이 슬로건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한마디로 만화와 게임, 음식 등 J컬처를 깡그리 묶어 수출 상품화한다는 범정부적 진흥책. 국가 이미지도 제고하고 돈도 벌겠단 야심찬 계획, 이른바 ‘쿨 재팬 프로젝트’였다. 일본은 2013년 프로젝트 전초기지로 500억 엔(약 4343억 원)을 출자해 민관합작펀드 ‘쿨재팬기구(해외수요개척지원기구)’도 출범시켰다. 이웃 나라 K컬처 열풍에 자극을 받았다는 게 대체적 평가지만, 영국 ‘쿨 브리타니아(Britannia)’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적극 홍보했다. 그로부터 13년 뒤인 올해 8월 21일, 일 경제산업성(경산성)은 ‘쿨재팬기구’를 폐지하기로 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에 해당 산업을 반영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유는 간명하다. 십수 년째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누적 적자만 무려 540억 엔에 이른다.“정부 주도 전시사업의 실패” 쿨 재팬 프로젝트가 손해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까닭은 뭘까. 아사히신문은 경산성 관계자를 인용해 “재미 볼 만한 사업은 민간이 갖고 있다. 애초에 공공성과 수익성을 다 잡겠단 발상 자체가 무리였다”고 했다. 관료들이 투자의 키를 쥐다 보니, 정작 능력 있는 창작자들이 외면한 점도 뼈아팠다. 일본 영자지 재팬타임스는 “결국 전시성 사업 위주로 흐르다 실효성을 잃어갔다”며 “문화의 생리를 무시한 관료주의의 전형적 실패 사례”라고 지적했다. 사실 국가가 문화정책을 주도하려다 망가진 경우는 수두룩하다. 쿨 재팬이 벤치마킹했던 ‘쿨 브리타니아’도 그랬다. 1990년대 말 토니 블레어 내각은 “젊고 힙한 영국”을 내세우며 브릿팝 스타 등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예술가들은 정부가 과실을 훔치려 든다며 냉담했다. 당대 최고 밴드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는 “쓰레기 같은 소리(a load of bullshit)”라며 원색적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2004년경부터 중국이 추진했던 ‘공자 학원’도 마찬가지다. 유교 사상을 통해 자국 소프트파워를 알린다며 세계 유수 대학들에 대거 설립했다. 하지만 정부 이데올로기만 강조하다 본질은 왜곡됐다. ‘간첩 논란’까지 벌어지며 대부분 문을 닫았다. 그럼 문화 분야는 정부가 관심을 끊는 게 정답인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정부 정책과 문화 사업이 시너지를 낸 케이스도 적지 않다. 영 BFI(Brit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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