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자사 메신저 카카오톡에 오픈AI의 챗GPT를 도입한다. 인공지능(AI) 대화형 서비스를 메신저 내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플랫폼을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국민 메신저가 광고 플랫폼으로 변질됐다”는 이용자 불만과 함께 “소버린(국가주도형) AI 시대에 외산 AI를 그대로 ‘복붙(복사·붙여넣기)’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챗GPT', '카나나 in 카카오'...AI로 재무장한 카카오톡
28일 경기 성남 판교 카카오 본사에서 열린 ‘프레스 싱크업 데이’에서 유용하 카카오 AI플랫폼 성과리더는 “오늘부터 ‘챗GPT for 카카오’를 통해 별도 가입 없이 카카오톡 채팅창에서 바로 챗GPT의 주요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면서 “카카오톡 예약·선물하기·페이·맵 등 주요 서비스를 아우르는 AI 에이전트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가 공개한 ‘챗GPT for 카카오’는 기존 챗GPT 계정 또는 카카오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가 “5만원대 리조트 찾아줘”, “판교 근처 이비인후과 추천해줘” 같은 자연어 명령을 입력하면 AI가 카카오맵·선물하기·톡예약 등 내부 서비스를 자동 연동해 결과를 보여준다.
유용하 리더는 “이용자는 대화 내용을 학습 반영 여부나 저장 여부를 직접 선택할 수 있어 데이터 주권을 강화했다”며 “'PlayMCP'와 같은 개발자 마켓 등을 통해 외부 사업자들도 손쉽게 AI 툴을 만들고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이날 자체 AI 모델 ‘카나나’를 메신저에 접목한 ‘카나나 인 카카오톡’도 공개했다. 강지훈 카카오 AI디스커버리 성과리더는 “카나나는 대화를 기다리는 기존 챗봇과 달리 이용자의 맥락을 이해하고 먼저 말을 거는 ‘선제형 AI’”라며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적용해 개인정보를 외부 서버로 보내지 않고도 요약·응답을 생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나나는 대화 중 ‘오늘 일정 알려줘’ ‘회의 요약해줘’ 등의 요청에 즉시 반응하며, 카카오 캘린더·멜론·페이 등과 연동된다. 지난 16일 아이폰 유저 대상 베타서비스를 시작해 초대 수락률 61.2%를 기록했고, 내년 1분기 안드로이드까지 확대해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지나친 상업화" 비판도 잇따라
카카오가 AI 기능을 대거 선보인 배경에는 ‘메신저 중심 생활 생태계’를 강화하려는 전략이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톡은 국내 최대 이용자 기반을 가진 플랫폼으로, 일상 속 AI 사용 경험을 확장하는 출발점”이라며 “챗GPT와 카나나를 중심으로 AI 서비스 유통 생태계를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메신저 본연의 단순성과 사생활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친구탭’ 개편으로 광고성 콘텐츠가 늘었다는 불만이 제기된 데다 이번 AI 통합 발표까지 겹치며 “카카오톡이 상업화·플랫폼화의 방향으로 지나치게 기울었다”는 반응이 온라인상에서 퍼지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도 기자들이 친구탭 관련 질의를 던졌지만 카카오 측은 “답변드리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카카오의 행보를 두고 “국산 모델을 내세우면서도 결국 외산 모델 챗GPT에 의존하는 구조”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소버린 AI 논의가 확산하는 가운데 외산 AI를 그대로 메신저에 통합하는 것은 아이러니한 행보”라며 “카카오가 외부 기술을 단기적 ‘혁신 동력’으로 삼을지 내부 생태계와 연결해 장기적 자립 모델로 발전시킬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용자 친화적 설계와 데이터 보호 원칙을 동시에 확보하지 못한다면 카카오가 노리는 ‘생활 속 AI 플랫폼’ 구상은 오히려 신뢰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챗GPT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데이터가 어디에 저장·활용되는지 명확히 안내되지 않을 경우 이용자 신뢰의 균열이 브랜드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업계의 공통된 우려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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