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플법, 美 통상보복 부른다…특별법보다 기존법 보완이 해법”[만났습니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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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신우 하상렬 기자] “유럽연합(EU)식 플랫폼 사전 규제를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규제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자칫 미국 빅테크를 겨냥한 규제로 인식돼 통상 갈등이나 미국 무역법 301조에 따른 보복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심재한(57) 한국경쟁법학회장(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최근 서울 중구 KG타워 이데일리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심재한(57) 한국경쟁법학회장(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최근 서울 중구 KG타워 이데일리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 폐해를 규율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EU식 사전규제를 한국에 그대로 도입하는 방식은 한국의 산업 구조와 통상 환경을 고려할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전규제는 네이버·쿠팡·구글 등 거대 플랫폼을 미리 규제 대상으로 지정해 자사우대·끼워팔기·최혜대우 요구·멀티호밍 제한 등 경쟁 제한 가능성이 있는 행위를 사전에 금지하는 방식이다.

심 학회장은 경쟁법 분야 대표 학술단체인 한국경쟁법학회를 이끄는 학자이자 공정거래법 전문가다. 최근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입법 논의가 재점화한 가운데 경쟁법적 관점에서 온플법의 필요성과 한계, 향후 공정거래법 집행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심 학회장은 특히 온플법이 미국 빅테크를 겨냥한 규제로 비칠 경우 미국의 무역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이유로 무역법 301조를 활용해 보복 조치를 취한 사례가 있다”며 “온플법이 특정 국가 기업을 겨냥한 규제로 인식될 경우 통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 기업에 불리한 외국의 제도·관행을 문제 삼아 보복 관세나 협상 압박 수단으로 쓰는 장치로, 해외 규제에 묶여 있던 빅테크들이 규제나 세금 철회를 받아내는 협상 지렛대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온플법을 비롯해 고정밀 지도 반출 문제, 망 사용료 부과 등 모두 301조 조사 대상인 셈이다.

심 학회장은 온플법을 새로 제정하기보다는 기존 공정거래법 체계를 보완하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독일이 경쟁법 개정을 통해 디지털 플랫폼 규율을 강화한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도 유사한 방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독일은 지난 2021년 경쟁제한방지법(GWB)을 개정해 ‘시장 간 경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자’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주요 플랫폼 사업자를 지정하고 자사우대나 경쟁 제한 행위를 경쟁법 체계 내에서 규율할 수 있도록 했다. 별도의 플랫폼 규제법을 제정하기보다는 기존 경쟁법을 수정해 디지털 플랫폼 규제 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심 학회장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행위로 지적되는 자사우대나 최혜대우 요구 등은 이미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나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율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새로운 규제 법률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법 체계를 활용해 집행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EU의 디지털시장법(DMA)처럼 사전 규제 중심의 체계를 그대로 도입하기보다는 한국의 경쟁법 체계와 통상 환경을 고려한 점진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재한(57) 한국경쟁법학회장(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최근 서울 중구 KG타워 이데일리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다음은 심재한 학회장과의 일문일답.

―플랫폼 규제는 필요하지만 방식이 문제라는 의미인가.

“그렇다. 플랫폼 기업의 시장 영향력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규제하기 위해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이 반드시 최선의 방법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기존 공정거래법 체계를 활용해도 상당 부분 대응이 가능하다.”

―EU식 온플법이 아닌 ‘독일식’ 접근을 언급한 이유는 무엇인가.

“독일은 별도의 플랫폼 규제법을 따로 만들기보다 기존 경쟁법을 개정해 플랫폼 사업자를 규율하는 방식을 택했다. 새로운 법을 계속 만들면 규제 체계가 복잡해지고 법 적용 범위가 중첩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어떤 규제를 적용받는지 예측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새로운 법을 계속 만드는 방식의 부작용은 무엇인가.

“특별법이 늘어나면 비슷한 사안을 두고도 법체계가 서로 맞지 않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처음엔 타당해 보였던 규정도 시간이 지나 시장 상황이 바뀌면 현실과 맞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입법 만능주의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플랫폼 시장은 변화 속도가 빨라 사후 규제만으로는 대응이 늦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특별법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존 공정거래법 체계를 보완하고 집행 역량을 강화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공정위는 현행 공정거래법만으로는 시장 획정과 지배력 판단에 시간이 걸려 대응이 늦어진다는 입장인데.

“그건 EU에서 하는 논리를 그대로 가져온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뿐 아니라 불공정거래행위로도 규율할 수 있는 체계가 있다. 법 규정이 없어서 느린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빠르게 처리하는 것보다 정확하게 법을 집행하는 게 더 중요하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현행법상 영업정지는 가능한가.

“전자상거래법상 영업정지를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은 있긴 하다. 다만 곧바로 영업정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공정위의 시정조치가 있어야 하고, 그 시정조치가 이행되지 않거나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볼 때 영업정지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개인정보 유출이 반복되는 기업에 대해선 영업정지를 곧바로 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법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어떤 기업이든 개인정보 보호를 할 마음이 전혀 없다면 영업정지든 다른 제재든 필요할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 기업들, 특히 쿠팡이나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이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개인정보 보호를 아예 외면할 가능성이 얼마나 큰지는 잘 모르겠다.”

―전속고발권 제도 폐지도 논란인데 어떻게 보나.

“폐지되면 누구든 고발을 통해 기소 절차를 촉발할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한 번 끝난 사안을 두고 2차, 3차 조사를 다시 받아야 할 수 있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경쟁법 체계에도 영향이 있을까.

“그럴 수 있다. 경쟁법은 경쟁 촉진이라는 목적 아래 운용돼야 하는데, 전속고발권이 없어지면 경쟁정책 외 다른 목적에 따라 고발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경쟁법 고유의 틀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

―경쟁법적으로 전속고발권 제도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담합처럼 반복적이고 중대한 위반에 대해서는 형사제재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런 예외적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영역은 과징금 체계를 중심으로 집행하는 것이 맞다.”

―전속고발권 폐지보다는 다른 방향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뜻인가.

“그렇다. 전반적으로는 과징금과 손해배상 체계를 더 정교하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손해를 본 국민이나 특정 집단에게 실질적 배상이 돌아갈 수 있는 체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심재한 한국경쟁법학회장은...

△1969년 서울 출생 △고려대 법학과 △독일 만하임대 법학박사 △미국 워싱턴대 방문교수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조정위원 △공정거래위원회 정책자문단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경쟁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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