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한 종전 합의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이란 황제에 굴복한 로마 황제들의 모습을 담은 고대 부조(浮彫)를 활용해 사실상 ‘승리 선언’에 가까운 메시지를 내놨다.
23일(현지시간)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샤푸르 1세의 낙쉐 로스탐 승리 부조’와 이란 지도를 합성한 이미지를 게시했다.
그는 “로마인들은 로마가 세계의 중심이라고 믿었지만, 이란인들은 그 환상을 산산조각 냈다”고 적었다. 이어 “로마 황제 필리푸스는 결국 페르시아가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여야 했다”고 강조했다.
해당 부조는 이란 남부 파르스주 페르세폴리스 인근 유적지인 낙쉐 로스탐 유적지 바위 벽에 새겨진 것으로, 사산조 페르시아 황제 샤푸르 1세(재위 240∼270년)가 로마 제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부조 속에는 전사한 로마 황제 고르디아누스 3세(재위 238∼244년)가 말발굽 아래 깔린 모습, 포로가 된 발레리아누스 황제가 끌려가는 모습, 굴욕적 강화조약을 체결한 필리푸스 아라부스가 무릎을 꿇은 모습 등이 담겨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정부가 해당 이미지를 공개한 것은 미국과의 휴전 협상 조건을 자국민에게 ‘승리’로 포장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란은 이번 전쟁으로 군사·경제적 피해를 입었지만, 중동 지역 내 영향력은 오히려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이 당초 “무조건 항복”을 압박했음에도 결국 휴전 협상에 나섰다는 점 역시 이란 내부에서는 성과로 해석되고 있다.
이란 전문매체 암와지미디어의 편집장 모하마드 알리 샤바니는 NYT에 이번 전쟁 이후 등장한 새 지도부가 이전보다 훨씬 공격적인 노선을 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실제로 자국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고, 미국 우방인 걸프 지역 국가들에도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유럽외교협회(ECFR)의 분석가 엘리 게란마예는 “국내와 역내 지지 기반이 보기에, 이란은 약자(언더독)이면서도 두 개의 핵무장 국가(미국과 이스라엘)와 맞설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며 “호르무즈 해협 지배력을 고려하면 지정학적 영향력은 오히려 이전보다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이번 전쟁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에 나서며 시작됐다. 이후 4월 8일부터 휴전 상태가 이어지고 있으며, 양측은 현재 휴전을 60일 연장하고 호르무즈 해협 통행 재개 및 핵 문제 협상을 포함한 양해각서 체결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MOU의 세부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최종 체결을 위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승인이 필요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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