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먹어왔나…K푸드의 뿌리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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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빨간 대추 송편은 꿀로 소를 넣었고/푸른 연잎을 잘게 썰어 감자와 함께 살았네/…/잘라 놓은 멧돼지 고기와 곰 발바닥 구이/말린 넙치 포, 누치와 청어/여러가지 선미(仙味)를 다 말하기 어려우니/청빈한 선비 입이 황홀하여 놀랄 따름”

조선 정조가 규장각 신하들에게 내린 음식 상을 다룬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시다. 실제 곰발바닥까지 상에 올랐는지는 모르겠지만, 화려한 음식들이 줄줄이 이어져 정조가 얼마나 신하를 아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국 식문화를 기원부터 추적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이 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한다.

전시에 나온 변상벽(1726~1775)의 그림 ‘닭과 병아리’도 인상적이다. 변상벽은 닭을 잘 그려 ‘변계(卞鷄)’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그림에 붙은 “인삼, 백출과 함께 해야 기이한 공훈을 세우겠지”라는 글이 흥미롭다. 18세기에도 삼계탕은 널리 먹었던 것 같다.

전시는 불에 탄 3000년 볍씨를 비롯해 옛 문헌과 그림 등 684점을 선보이며 우리가 어떻게, 무엇을 먹어왔는지를 파고든다. 전시 1부는 밥상의 주인공인 ‘밥’의 주재료인 쌀에 주목한다. 재배가 어려운 환경에서 쌀을 개량한 조상들의 집념에 감탄하다 보면 쌀이 한민족이란 공동체를 만든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2부는 나물 등 식재료를 어떻게 얻었는지를 살핀다. ‘홍길동전’의 작가로 유명한 허균(1569~1618)이 유배 생활하면서 쓴 ‘도문대작’을 통해서 당대 조선팔도 별미가 무엇이었는지 엿볼 수 있다. 이진민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K푸드의 뿌리이자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밥상의 의미를 밝히고자 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10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신문박물관 PRESSEUM의 기획전 ‘신문 위에 차려진’도 지난달 24일 개막했다. 근현대 발행된 신문 기사를 통해 시대별 사회상과 식문화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변화했는지 짚은 전시다. 최초의 근대적 민간 신문이 등장한 1896년부터 1990년대까지를 다섯 시기로 나눠 살폈다.과거 요리법은 주로 어머니에서 딸로 전승되고는 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신문이 보편화하자, 조리 지식이 표준화된 정보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1925년 4월 15일 동아일보에는 ‘조부모 전병 과자(구란도마구기스·grandma cookies)’ 만드는 법이 소개됐다. 재료는 계란 한 개, 우유 다섯 작(勺), 사탕 한 홉 등. 마지막 순서로는 “가운데 건포도 1개를 박아 넣든지 흰 각설탕을 가루로 해서 뿌려 구운 즉, 아름답고 맛이 좋다”고 했다.식문화 기사는 시대에 따라 여성 인권이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일제강점기 신문들은 조리법이나 식사 예절을 ‘부인 면’, ‘가정 면’ 등에서 다뤘다. 하지만 약 50년이 지난 1990년대에는 ‘커리어우먼 면’ 등이 생겨나면서 ‘직장인을 위한 5분 레시피’ 같은 코너들이 소개됐다. 전시를 기획한 이윤하 학예연구원은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에 따라 맞벌이 부부를 겨냥한 간편 조리법 기사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신문에 실린 광고들을 통해 당대 음식에 대한 인식을 엿보는 재미도 있다. 1902년 5월 22일 황성신문에는 오늘날에도 판매되는 일본 ‘에비스’ 맥주 광고가 게재됐다. 광고는 “세상에 술 종류는 여러 백 가지가 있으나, 맥주같이 몸에 해롭지 않고 도리어 효험이 많은 것이 없소”라고 해 웃음을 자아낸다. 8월 30일까지.

김도연 기자 rep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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