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드라우닝' 대박 이어 최예나 역주행…'K팝 키드'의 반란 [김수영의 크레딧&]

6 hours ago 4

가수 최예나 /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가수 최예나 /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이게 K팝이지!"

가수 최예나의 신보 '러브 캐처(LOVE CATCHER)' 타이틀곡 '캐치 캐치'를 향한 K팝 팬들의 반응이 뜨겁다. 티아라·오렌지 캬라멜 등 2세대 걸그룹을 떠올리게 하는 유쾌하고 화려한 사운드, 중독적인 멜로디, 발랄하고 앙큼한 콘셉트가 최예나의 통통 튀는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지면서 듣는 이들의 도파민을 터트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블루오션을 제대로 파고들었다'고 분석한다. 팝 시장을 겨냥한 이지 리스닝, 따라 부르기 어려운 영어 가사가 주류가 된 상황에서 '오리지널 K팝 감성'이 오히려 희소해졌다는 것. 생기 넘치는 비트와 적절하게 버무려진 키치한 전자음이 강력한 중독성으로 이어지면서 곡은 음원차트에서 순위 상승을 거듭하는 중이다.

최예나 곁에는 1997년생의 젊은 작곡가 네이슨(본명 이교창)이 음악적 동반자로 함께하고 있다. 2024년 '네모네모' 앨범부터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는 그는 최예나의 색깔을 찾아 대중에 가장 매력적으로 드러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작곡가 네이슨(본명 이교창) /사진=프리즘필터뮤직그룹 제공

작곡가 네이슨(본명 이교창) /사진=프리즘필터뮤직그룹 제공

최근 서울 강남구 모처의 작업실에서 만난 네이슨은 "올 1월에 정말 정신이 없었다. 우즈의 첫 정규앨범과 예나의 '러브 캐처'를 동시에 마무리하고 있었다. 작업실에 짐을 싸와서 여기서만 20일을 보냈다. 앨범이 발매된 뒤에도 반응을 확인하면서 다음 작업을 고민한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어 "올해 일로써 원했던 한 가지가 '러브 캐처'가 잘 되는 거였다. 멜론 TOP 100에 들어가서 그건 어느 정도 이룬 것 같다"며 웃었다.

앞서 최예나는 '러브 캐처'를 0부터 100까지 자신에게 맞춰 만들어진 앨범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작업 과정에 관해 묻자 네이슨은 "보통 방향성을 혼자 고민하다가 어느 정도 그림이 잡히면 그때부터 예나와 회사에 가져가서 보여준다. 그렇게 디벨롭이 시작된다. 잡혀진 방향 안에서 예나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들을 덧붙이며 만들어나간다. 그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있으면 계속해서 토론하는 과정을 거친다. 제 역할은 앨범의 모든 결과물들이 의도한 대로 나오게끔 계속해서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기획의 틀을 먼저 잡고 난 뒤 음악 작업을 시작한다는 그는 "보드에다가 마인드맵을 그린다. 예나를 중심에 두고 교집합을 찾는 식이다. 예나가 멈추지 않고 성장하는 아티스트로 보였으면 하는 마음이다. 다음을 계속해서 보여줄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될 수 있도록 고민한다"고 전했다.

"항상 틈새시장을 찾는다"라고도 했다. 네이슨은 "솔로 중에서도 특히 여자 솔로는 현재의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보니까 '지금 없는 게 뭐지?', '사람들이 원하는 게 뭐지' 등을 생각한다. 그러다가 2000년대 후반, 2010년대 초반 느낌을 가져오기로 했다. 귀여우면서 어느 정도 성숙한 느낌도 나고 또 음악적으로나 퍼포먼스적으로나 지금 시장에 없는 거였다"고 밝혔다.

네이슨 작곡가는 과거 '샤월(샤이니 공식 팬덤명)'이었다면서 스스로를 'K팝 키드'라고 칭했는데, K팝을 향한 그의 팬심도 틈새시장을 찾는 데 한몫했다. 그는 "K팝 팬의 마음으로 '이런 게 좀 있어야 할 거 같은데'라면서 원했던 것 같다. 방향성을 설명하니 예나도 '나 진짜 잘할 자신 있어. 날아다니게 해줘'라고 말하더라"고 했다.

처음 프로듀서 제안을 받았을 당시에는 일주일 동안 작은 옷방에 숨어 은둔했을 정도로 압박감이 컸다고 한다. 네이슨은 "'네모네모' 때였다. 방 한편이 포스트잇으로 가득했다. 어떻게 해야 이 친구가 눈에 띌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면서 방향을 잡았다"고 전했다. 그렇게 '가수 최예나'를 끊임없이 연구한 끝에 최상의 시너지를 보여주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우즈 '드라우닝' 대박 이어 최예나 역주행…'K팝 키드'의 반란 [김수영의 크레딧&]

네이슨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아티스트는 우즈다. 우즈는 2016년 입봉 당시부터 함께 작업해 온 그야말로 음악적 단짝이다. 지난 3월 발매된 우즈의 첫 정규앨범 '아카이브. 1(Archive. 1)' 역시 합작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작업실도 우즈·작곡가 호호(김호현)와 같이 쓰는 곳이었다. 네이슨은 저작권 효자곡으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드라우닝(Drowning)'을 꼽으며 "이 작업실에 저작권료를 다 태워서 작업실 이름을 '드라우닝'으로 할까 한다. 너무 감사한 곡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음악을 할 수 있게 해준 곡이니까 효자곡 1위"라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 2023년 4월 발매된 '드라우닝'은 우즈가 군 복무 중이던 지난해 무서운 속도로 차트 역주행을 시작하더니 멜론 TOP 100은 물론이고 지상파 음악방송, 노래방 차트까지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우즈가 군복을 입고 짧은 머리를 한 채 '드라우닝'을 열창하는 영상이 주목받으며 일어난 나비효과였다.

'드라우닝'이 사랑받은 이유가 무엇이었을지 묻자 네이슨은 "너무 감사한 일이다. 99%가 우즈의 노력, 1%가 운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1%의 운이 어떻게 발동했나 생각해 보니, 그런 미소년이 슬픔을 시처럼 풀어내는 게 아니라 '너 돌아와 줬으면 좋겠다'고 직관적으로 쉽게 말하고 폭발하는 감정도 드러내지 않나. 안 돌아오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네이슨은 자신을 '노력파'라고 했다. 시장에 새로운 건 없다는데, 그 안에서 새로운 걸 찾아내고 전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을 거듭한다고 했다. 매번 창작의 벽에 부딪히고, 때로는 자기혐오에 빠지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노력보다 무서운 한 가지. K팝을 좋아하고 즐기는 마음은 무엇보다 강력했다. 유치원을 다녀오면 MTV, KMTV부터 켜고 뮤직비디오를 보던 꼬마는 아버지로부터 음악을 맘껏 들을 수 있는 아이리버 MP3를 물려받았고, 중학생이 되어서는 따돌림의 아픔을 랩으로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직접 곡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면서 작곡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K팝 스타'에 출연해 제이미(본명 박지민)를 만났고, 제이미를 통해서 우즈도 만났다. 크루를 이뤄 이들과 작업하며 마침내 스무살의 어린 나이에 입봉하게 됐다. 인생 대부분의 시간에 음악이 있었다.

네이슨은 "샤월 출신에 빅뱅, 투애니원, 티아라, 소녀시대, 동방신기, 카라, SS501 등 다 좋아했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 하는 일이 MP3를 연결해서 최신곡을 받는 거였다. 유치원 때부터 쭉 해온 루틴이었다"며 미소 지었다. 특히 최예나의 친오빠인 최성민이 소속돼 있던 남녀공학도 좋아했다면서 "예나를 처음 만났을 때도 '나 너희 오빠 팬이다'라고 했다"며 웃었다.

네이슨이 참여한 최예나·우즈 앨범

네이슨이 참여한 최예나·우즈 앨범

이러한 'K팝 키드'의 심장은 곧 음악 팬들과 연결됐다. 좋은 곡의 기준으로 슈트를 맞추듯 아티스트에게 맞춤형이어야 한다는 것과 함께 "K팝 키드인 내 심장이 반응해야 한다"고 말한 네이슨이었다. 결국 그 기준이 옳았음을 몇몇 사례로 증명했다.

네이슨은 잘 되는 순간이 오히려 자신에겐 '살얼음판'이라고 했지만, 작업 과정을 떠올리면서는 "신나서 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투명한 유리구슬 같은 것"이라며 행복해했다.

"곡들이 유독 역주행하는 이유요? 곱씹어봐도 좋아서 그런 것 같아요. 듣다 보니까 좋은 거죠. 그런데 그게 되려면 만드는 사람들이 먼저 즐겁고 재미있어야 합니다. 만들 때 재밌으면 그 에너지가 듣는 분들한테도 닿는 것 같아요. 그러니 당장은 꽂히는 자극점이 없어도 계속 듣다 보면 결국엔 그 에너지를 받으시는 것 같습니다."

지난 17일 기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네이슨의 작업물은 총 152곡이었다. 꼭 주목받았으면 하는 곡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펜타곤 '데이지', 우즈 '체이서(Chaser)', 최예나 '그건 사랑이었다고'를 택했다. 색깔이 각기 다 다른 곡들인데, K팝 팬들의 심장을 뛰게 할 거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종이 다양해야 산업이 오래 살아남는다고 생각합니다. K팝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 업계가 계속 잘 되고 주목받고 즐길 거리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 같은 캐릭터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표는 이전 작업보다 잘하는 겁니다. 올해 안에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수 있는 곡을 한 곡 정도는 더 내고 싶어요."

K컬처의 화려함 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땀방울이 있습니다. 작은 글씨로 알알이 박힌 크레딧 속 이름들.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스포트라이트 밖의 이야기들. '크레딧&'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하는 크레딧 너머의 세상을 연결(&)해 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