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요정' 성유리가 왜?…女 연예인 '홈쇼핑' 몰려든 이유 [트렌드+]

1 week ago 10

사진=성유리 SNS, 온라인 커뮤니티

사진=성유리 SNS, 온라인 커뮤니티

“'원조 요정' 성유리 복귀작이 홈쇼핑이네.”

최근 한 홈쇼핑에서 배우 성유리를 진행자로 발탁했다는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이 같은 반응을 내놨다. 성유리는 1세대 걸그룹 핑클 멤버 출신으로 4050세대 사이에서 친숙한 이미지의 스타다.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로 큰 인기를 얻으며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결혼 이후 남편인 프로골퍼 안성현 씨가 빗썸 상장 빌미 뒷돈 논란으로 구속되면서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약 4개월만에 활동을 재개하면서 복귀 방송으로 홈쇼핑 채널을 선택한 것이다.

홈쇼핑 업계 한 관계자는 “성유리 씨가 논란도 있지만 워낙 좋은 이미지였던 덕에 남편이 일으킨 사건으로 활동을 못하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중년 시청자들이 많다”며 “성 씨 상황에 공감하는 동정 여론이 4050세대 이상 고객들 감성을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홈쇼핑사 측이 판단한 것 같다. 복귀가 필요한 성 씨와 화제성이 중요한 홈쇼핑 모두 윈윈(win-win)”이라고 평했다.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기성 스타나 연예인들의 영향력이 건재한 곳이 있다. 바로 홈쇼핑 채널이다. 주 시청자층이 40~50대 이상 중장년층이라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섭외하는 빅모델 마케팅이 여전히 먹힌다. 성유리가 예상보다 일찍 복귀할 수 있었던 데에도 이 같은 홈쇼핑만의 특성이 있어서다.

홈쇼핑들, 스타 쇼호스트 발굴 나서

26일 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샵은 최근 자사 인스타그램에 “신규 프로그램 주인공은 대한민국 레전드 워너비 성유리”라며 홍보 영상을 올렸다. 이어 “30일 저녁 9시45분 ‘성유리에디션’ 첫 방송에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한다. ‘성유리에디션’은 쇼핑 고민 해결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GS샵은 성유리의 뒷모습을 비추는 영상을 올리며 복귀를 예고했다. 성유리는 남편 안 씨 구속 이후 방송 활동을 잠정 중단한 상태여서 온라인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GS샵 소유진쇼 방송 장면. 사진=GS리테일 제공

GS샵 소유진쇼 방송 장면. 사진=GS리테일 제공

GS샵은 스타 마케팅에 공 들이고 있다. 40대 이상 고객 비중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45~54세 고객을 핵심 고객층으로 삼아 콘텐츠와 상품을 강화하는 추세다. 특히 1980년대생 셀럽(유명인)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힘을 주고 있다. 성유리도 1981년생이다. 1980년대생 셀럽들은 5060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공감하면서 젊은 트렌드를 전달하기에 최적이라는 게 홈쇼핑 측 설명이다.

역시 1981년생인 배우 소유진이 지난해 9월 시작한 ‘소유진쇼’의 경우 올 2월까지 반년 만에 누적 주문 280억원어치를 달성했다. 한 방송당 평균 주문액 10억원이 넘는다. 40~50대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선보인 소유진쇼는 가족 일상생활을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종합 프로그램을 표방한다. 한동안 활동을 중단했다가 지난 2월 홈쇼핑 출연에 나서며 화제가 됐던 배우 장신영(1984년생)도 GS샵의 대표 진행자다.

CJ온스타일은 좀 더 젊은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한다. 최근 배우 안재현, 가수 소유·선예 등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스타를 콘텐츠 MC로 내세웠다. 동시에 기성세대에게도 인지도가 높은 배우 한예슬, 소이현, 최화정 등을 전면에 배치해 전 세대 소비자를 두루 공략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한예슬의 오늘 뭐 입지‘는 한 회당 8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패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 지난해 CJ온스타일의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전체 거래액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CJ온스타일 한예슬의 '오늘 뭐 입지' 방송 장면. 사진=CJ온스타일

CJ온스타일 한예슬의 '오늘 뭐 입지' 방송 장면. 사진=CJ온스타일

롯데홈쇼핑은 배우 이유리를 활용한 프로그램 '요즘쇼핑 유리네'를 론칭했다. '무조건 유리하게'를 슬로건으로 생활용품, 식품 등 30~40대 주부들을 위한 '실속템'을 선보인다. 홈쇼핑 인기 상품을 비롯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입소문 난 아이템을 직접 사용해본 뒤 상품을 구성하는 콘셉트다. 첫방송에서 판매한 견과류는 10분 만에 완판됐고 론칭 방송에서만 주문금액 12억원을 기록했다. 실시간 채팅 '바로TV톡' 건수는 1200건을 넘어서며 일반 식품 방송 대비 5배 이상 참여율이 높다.

여전히 스타 마케팅 통해

이처럼 홈쇼핑 업체들이 앞다퉈 연예인 쇼호스트 육성에 집중하는 이유는 여전히 홈쇼핑 업계에선 스타 마케팅이 통하기 때문. 원조 홈쇼핑 스타인 방송인 최유라나 개그우먼 김지혜 등의 전례가 있다. 이들처럼 유명 진행자들이 직접 나서 판매하는 상품들은 한 회당 많게는 수십억원어치씩 팔리면서 홈쇼핑 전체 실적을 견인한다. 김지혜는 홈쇼핑 한 방송당 보통 2억~3억원어치 매출을 올린다는 것을 공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과거 한 화장품 팩 판매 방송에선 한 시간 만에 30억원 매출을 올린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기업 입장에선 리스크도 적지 않다. 스타 쇼호스트 한두 명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면 클수록 스타 쇼호스트가 물의를 일으킬 경우 실적이 악화하고 채널 신뢰도 손상된다.

2023년 연달아 불거진 홈쇼핑 방송 쇼호스트의 ‘막말 논란’이 쇼호스트 리스크를 잘 보여준다. 당시 현대홈쇼핑 방송에 출연한 정윤정 쇼호스트가 생방송 중 욕설을 한 데 이어 CJ온스타일 방송에선 유난희 쇼호스트가 상품 홍보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성 개그우먼을 언급해 논란이 됐다. 이를 놓고 업계가 판매 실적을 올리기 위해 쇼호스트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 여론이 거셌다. 결국 홈쇼핑 채널은 이들 진행자들에 대해 무기한 출연 정지를 결정했지만 직후 매출액이 30~40%가량 떨어지는 등 부진한 실적을 감내해야 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 마케팅은 효과가 즉각적이지만 사생활 논란 등으로 갑자기 큰 비용을 들인 프로그램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는 게 단점”이라면서 “진행자 라인업을 다변화하는 등 리스크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지만 스타 한두 명에게 비중이 집중되는 추세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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