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사용자성 부정' HD현대重 대법 판결의 세 가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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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사용자성 부정' HD현대重 대법 판결의 세 가지 교훈

얼마 전 ‘한경 CHO Insight’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원청(HD현대중공업)은 하청노조에 대해 구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원심법원의 판단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노란봉투법’이라고도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되기 전의 구 노동조합법 적용 사안에서, 대법원은 개정 노동조합법 취지와 달리 원청은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하청 근로자에 의해 조직된 하청노조에 대해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구 노동조합법 적용하에서도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다면 하청노조에 대해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한다(실질적 지배력설)고 판단한 4건의 하급심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상급심에서 취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4건의 하급심 판결은 선고 시마다 노동계와 경영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고, 노동조합법 개정의 계기가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잘못된 판결이 되고 말았다.

HD현대중공업 대법원 판결은 세 가지 관점에서 큰 교훈을 남겼다.

첫째, 사법은 입법의 영역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하청노조에 대해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한 4건의 하급심 판결문을 보면, 법원의 판결인지 입법적 당위를 설명하는 논문인지 헷갈릴 정도로 입법론적 담론으로 대부분 채워져 있다.

우리 헌법이 권력분립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이상, 법원이 입법 필요성 또는 보호 필요성을 내세워 입법자의 의사를 초월하여 법문을 해석하거나 권리 범위를 확장해서는 안 된다. 구 노동조합법의 근로자 정의 규정과 사용자 정의 규정에는 4건의 하급심 판결에 기재된 실질적 지배력설을 추론하거나 유추할 만한 내용이 전혀 없다. 실질적 지배력설은 구 노동조합법 또는 구 노동조합법 시행령에 규정된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규정 체계와도 전혀 맞지 않는다. 그런데도 하급심 법원은 모두 최면에 걸린 듯 실질적 지배력설에 따라 원청의 하청노조에 대한 단체교섭의무를 인정했지만, 찬찬히 구 노동조합법을 읽어보면 누구나 그렇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법원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늦었지만 HD현대중공업 대법원 판결은 이와 같은 법원의 역할과 기능을 다시 한 번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둘째, ‘법률 또는 규범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법원이 너무 모른다는 점이다. 원청으로 하여금 무턱대고 하청노조에 대해 단체교섭하라고 해서 바로 교섭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다수의 이해당사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노동조합법령은 단체교섭 요구 시기·방법, 교섭창구단일화 절차 등 단체교섭에 관한 사항을 매우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고, 해당 규정은 대부분 강행규정이다. 단체교섭 의무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이 위와 같은 절차와 형식을 무시한 채 무턱대고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에 응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4건의 하급심 판결은 하청 노동조합이 어떠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원청에 대해 단체교섭을 요구해야 하는지, 해당 단체교섭요구에 대해 원청이 노동조합법령에 따라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실제로 교섭 현장에서 교섭창구단일화 절차가 어떠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진행되는지에 관해, 약간의 이해라도 있었다면 이와 같이 판결하지 않았을 것이다.

HD현대중공업 대법원판결은 법원은 ‘머리’가 아닌 ‘두 눈’과 ‘두 귀’로 판결하는 곳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셋째,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과 달리 일부 대법관은 원청의 하청노조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하면서 개별 교섭의제별로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 존부(실질적 지배력)를 판단했는데(반대의견), 이는 상고법원의 역할과 지위에 맞지 않는 것이다.

대법원이 심리하는 상고심은 법률심이지 사실심이 아니다. 상고법원은 원심 판결이 부당하다고 인정하여 이를 파기하는 때에도, 사건을 원심법원에 돌려보내는 것(환송)이 원칙이다. 상고법원은 법리만 선언하고, 구체적인 판단은 원심법원에서 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민사소송법의 기본 원칙이다.

해당 사건 1심과 2심은 모두 원청이 하청노조에 대해 단체교섭의무 자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에, 개별 교섭의제별로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 유무 자체를 판단하지 않았다. 따라서 원심(2심) 판단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더라도, 대법원으로서는 원청이 하청노조에 대해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할 수 있다는 취지만 선언했어야 했다. 하지만 반대의견은 원심이 판단하지 않았던 개별 교섭의제별 실질적 지배력 유무를 구체적으로 판단하였다는데, 이는 상고심이 하급심(사실심) 판단을 한 것과 다름없는 것으로, 상고법원의 일반적인 지위와 역할에 맞지 않는 것이다.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에 따른 대법원의 입장을 밝힐 의도였는지 모르지만, 이 역시 대법원 역할에 맞지 않는 것이다. 대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될 법리를 선언하는 국가기관이지 장래 있을 분쟁에 관한 일반적인 해석이나 지침을 선언하는 곳이 아니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HD현대중공업 대법원 판결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것처럼 사법의 본질은 구체적 사건의 권리구제에 있다. 법원이 입법자의 의사를 초월하여 사건 해결에 나서려는 순간, 국가의 기본적인 작동 원리가 훼손되고 만다. 각각의 국가기관이 다른 국가기관의 역할과 기능을 존중하는 토대 위에 최선을 다할 때, 비로소 국가 전체가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 이에 기초한 국민의 기본권도 충실히 보장·보호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HD현대중공업 대법원 판결이 남긴 교훈의 핵심이다.

조찬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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