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20만원 지원" 착한 정책 내놨더니…'놀라운 반전'

1 day ago 3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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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연립·다세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평균 월세가 보증금 1000만원을 기준으로 70만원을 넘었다. 아파트 월세도 상승세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청년을 대상으로 한 월세 지원금을 늘리고 있다. 청년 주거비 부담을 덜어 주려는 ‘착한 정책’으로 보인다. 월세 지원금은 정책의 취지대로 무주택 서민과 청년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지원금 혜택은 누구에게?

시장에서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정해진 균형 가격과 균형 거래량이 정부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수준과 다를 때가 있다. 그럴 때 정부는 시장에 개입하는데, 그 수단 중 하나가 보조금이다. 월세 지원금도 보조금의 일종이다.

월세의 시장 균형 가격이 50만원인데, 정부가 세입자 부담을 덜고자 1인당 20만원씩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해 보자. 이제 수요자는 월세로 20만원씩 더 낼 능력이 생겼다. 이에 따라 수요 곡선이 20만원만큼 위로 이동한다. 수요 곡선이 이동하면서 월세가 오르고 거래량이 증가한다. <그림 1>에서 보조금 지급 후 형성된 월세의 새로운 균형 가격은 60만원이다. 다만 2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으니 수요자의 실질 부담은 40만원으로 전보다 줄었다.

흥미로운 점은 보조금 지급 후 월세가 50만원에서 60만원으로 오르면서 월세 공급자, 즉 집주인의 수입도 늘었다는 것이다. 정부가 세입자에게 준 20만원 중 절반인 10만원은 엉뚱하게도 집주인에게 돌아갔다. 이렇게 정부 보조금의 실질 혜택이 여러 경제주체에 분배되는 것을 ‘보조금의 귀착’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은 정부가 수요자가 아니라 공급자에게 보조금을 줬을 때도 똑같이 일어난다. 정부가 집주인을 지원해주면 월세의 시장 균형 가격이 내리면서 세입자 역시 보조금의 혜택을 일부 받는다.

"월세 20만원 지원" 착한 정책 내놨더니…'놀라운 반전'

◇보조금은 세금이다

정부의 월세 지원으로 세입자의 실질 부담은 줄어들고 집주인이 얻는 수입은 늘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닐까. 따라서 보조금은 무조건 좋은 정책이라고 결론을 내기 전에 한 가지 따져봐야 할 것이 있다. 정부가 민간 경제주체에 주는 보조금의 재원은 결국 세금이라는 점이다. 누군가가 얻은 보조금 혜택은 다른 누군가가 낸 세금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국민 경제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손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이 <그림 2>에 나와 있다.

보조금 혜택이 누구에게 더 많이 돌아가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앞에서는 월세 지원금 20만원의 혜택이 세입자와 집주인에게 10만원씩 돌아가는 상황을 가정했지만, 현실에서는 대개 불균등하게 분배된다. 수요자와 공급자 중 비탄력적인 쪽에 보조금 혜택이 더 많이 귀착된다. 만약 월세 시장에서 공급이 비탄력적이라면, 즉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임대주택 공급을 빠르게 늘릴 수 없다면 세입자에게 주는 지원금은 월세 상승을 통해 대부분 집주인에게 돌아가게 된다.

◇산후조리원이 비싸진 뜻밖의 이유

정부가 국민에게 준 지원금이 물가를 끌어올리고, 실질적 혜택이 엉뚱한 사람에게 돌아간 사례가 많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정부가 출산·육아 지원금을 늘리면 관련 상품과 서비스 가격도 덩달아 오른다고 하소연한다. 산후조리원 비용에 보태라고 정부가 100만원씩 지급하면 산후조리원 요금도 딱 그만큼 오르는 식이다.

업자들의 악질적 상술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경제 원리에 따르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가격이 비싸서 산후조리원을 이용할 계획이 없던 사람도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려고 한다. 그만큼 수요가 증가하고, 이를 예상한 산후조리원은 가격을 올린다.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월급을 더 주라고 지원금을 주면 실제 임금 인상률은 지원금에 못 미친다. 지원금의 일부는 중소기업 근로자가 아니라 사장에게 가는 셈이다.

전세자금 지원은 전세 수요를 키워 전셋값은 물론 집값까지 밀어 올린다.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세대출 보증 잔액이 1% 증가하면 전셋값 상승률은 0.083%포인트, 매매 가격 상승률은 0.131%포인트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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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소득층 주거 정책을 연구한 ‘주거 바우처가 임대료와 이웃의 수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보고서에 따르면 임대료 지원을 1달러 늘리면 월세가 46센트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금이 유발하는 임대료 상승은 지원금을 받지 못한 임대 수요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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