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하며 기름값 상승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정부가 이번에는 장바구니 물가로 방어선을 넓혔다.
정부는 2일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 주재로 '중동전쟁 물가대응팀 겸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3월 소비자물가와 43개 민생물가 특별관리 품목의 가격 동향을 점검했다. 민생물가 TF에 중동전쟁 물가대응팀을 신설한 뒤 연 첫 회의다.
전쟁 발 물가 충격에 대응하는 별도 관리체계를 가동했다는 점에서 대응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물가 불안이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는 의미다.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겉으로는 안정된 듯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석유류 가격이 9.9% 급등했고 축산물 가격도 6.2% 치솟았다. 전체 지표는 버텼지만, 유가와 먹거리 불안이 동시에 번진 셈이다. 생필품 분야에서 상승이 이어진 만큼 소비자 체감물가는 통계보다 더 무겁게 다가올 수 있다.
정부가 가장 먼저 겨눈 곳은 주유소다. 석유제품 2차 최고가격 조정 이후 전국 1만개 주유소를 대상으로 가격 모니터링과 현장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국제유가 상승분을 넘어선 과도한 가격 인상을 막겠다는 취지다. 유류 가격 상승이 운송비와 외식비, 가공식품 가격으로 퍼지기 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먹거리 대책은 더 직접적이다. 정부는 4~5월 총 150억원을 투입해 쌀, 계란, 고등어 등 가격 강세 품목을 중심으로 할인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닭고기는 2일부터 최대 40% 할인 지원을 시행하고 계란도 한 판(30구) 기준 1000원 할인에 나선다. 쌀도 정부양곡 공급을 통해 안정 흐름을 이어가기로 했다. 정부의 시장 감시만으로는 소비자 체감물가를 낮추기 어렵다고 보고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축산물 수급이다. 3월 전체 농축산물 물가는 1.2% 하락했지만, 축산물은 6.2% 상승했다. 계란과 닭고기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돼지고기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영향으로 수급 불안이 이어졌다. 한우는 사육 마릿수와 도축 물량 감소가 가격 상승으로 연결됐다. 공급 충격이 누적된 만큼 단순 가격 통제만으로는 대응이 어렵기에 정부는 할인 지원과 공급 확대를 함께 추진한다.
정부는 신선란 356만개, 육용종란 800만개를 수입하고 종계 생산주령 연장 등으로 공급 확대에도 나서기로 했다. 특별관리 품목 중 공산품, 가공식품, 외식 서비스 등의 일일 가격도 매일 조사한다. 중동전쟁 영향이 번질 우려가 있는 품목은 점검 대상에 계속 추가해 관리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부는 민생 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엄중한 인식을 갖고 당면한 위기 타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비상 경제 대응체계 전환을 강조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2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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