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에 레이스 스커트?…월드컵 타고 돌아온 ‘블록코어’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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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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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이정연 기자] 축구 유니폼 위에 진주 목걸이를 걸고, 레이스 스커트를 입는다. 올여름 가장 의외의 패션 공식이다. 스포츠를 상징하던 축구 저지가 레이스와 러플, 주얼리를 만나며 전혀 다른 옷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열기와 함께 스포츠웨어를 일상복처럼 즐기는 ‘블록코어’(Blokecore) 트렌드가 다시 거리를 점령하고 있다.

이번 유행은 과거와 다르다. 축구 저지에 데님 팬츠를 매치하던 수준을 넘어 슬립 드레스와 메리제인 슈즈, 진주 액세서리까지 더해진다. 운동장과 파티장, 스포츠웨어와 럭셔리, 남성성과 여성성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뒤섞이고 있다.

김채원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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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이끈 것은 케이(K)팝 스타들이다. 블랙핑크 제니는 축구 저지에 레이스 스커트를 매치했고, 리사는 유니폼을 크롭톱처럼 연출했다. 르세라핌 김채원과 아일릿 윤아 역시 스포츠 저지에 볼드한 주얼리를 더한 스타일링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응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축구 저지는 케이팝 스타들의 사복과 무대 의상을 거치며 글로벌 패션 아이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소비 지표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23일 무신사에 따르면 한국-체코전이 열린 12일부터 15일까지 나흘간 ‘대한민국 유니폼’ 검색량은 전주 대비 6배나 증가했다. 

거래액 역시 약 4.5배가 늘었다. 같은 기간 ‘축구 유니폼’ 검색량은 113% 이상 증가했고, 성수 메가스토어의 유니폼 마킹(번호나 이름) 서비스 이용률은 하루 만에 6배나 뛰어올랐다.

에이블리에서도 최근 일주일간 ‘축구 유니폼’ 검색량이 전주 대비 75% 증가하며 블록코어 열풍을 입증했다.

이번 월드컵이 이전 대회와 가장 다른 점은 경기 시간이 대부분 한국 시간 기준 오전이라는 데 있다. 밤늦게 광장으로 향하던 응원 문화 대신 출근길과 사무실, 카페에서 경기를 즐기는 풍경이 자리 잡고 있다. 자연스럽게 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스포츠 아이템이 응원 문화의 일부가 됐다.

패션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헤지스는 영국 축구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글로리 데이즈’ 컬렉션을 선보였고, 국가대표팀을 상징하는 레드 컬러 상품 매출은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타미힐피거는 월드컵 참가국에서 영감을 받은 캡슐 컬렉션을 출시했고, 나이키와 아디다스 역시 월드컵 마케팅 경쟁에 나서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최근 패션계를 휩쓰는 ‘부두아’(Boudoir) 트렌드와의 만남이다. 침실의 옷에서 영감을 받은 레이스와 슬립 드레스가 축구 저지와 결합해 예상 밖의 조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거칠고 활동적인 스포츠웨어에 로맨틱한 요소를 더하는 방식은 런웨이와 SNS를 점령한 새로운 스타일 공식이 됐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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