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수급 악화일로 … '호르무즈 길막' 이란에 공동대응
韓·유럽·인도·걸프국 등 참여
이란에 맞대응 '연합체' 추진
선박호위·기뢰제거 추후 논의
'각자도생' 외친 트럼프 달래기
유엔 안보리도 해협 개방 논의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해법이 사실상 이란 전쟁을 좌우하는 열쇠가 된 것은 그만큼 비산유국인 유럽과 아시아가 중동 산유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기에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고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우월한 군사력으로 이란을 몰아붙이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에서만큼은 이란이 주도권을 움켜쥐면서 종전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도 난항을 겪고 있다.
전쟁 발발 5주가 넘어가면서 원유 수급난은 악화일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으면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악의 유가쇼크로 전 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공급 차질을 빚는 물량이 하루 1000만배럴에 달한다. 전 세계 석유 수요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란은 이참에 해협 통제권을 장악할 태세고, 국제사회는 해협 개방에 사활을 걸고 있다.
2일(현지시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무기로 자체 통행 규칙을 만들며 압박을 이어 갔다. 호르무즈 해협 건너편에 있는 오만과 함께 앞으로 전시든 평시든 자신들이 해협 관리를 손아귀에 쥐겠다는 것이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은 "지금은 전쟁 상태다. (앞으로도) 전쟁 이전의 규칙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침략국과 그들을 지원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항행의 제한과 금지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해협 운항 선박에 1배럴당 1달러 통행료를 물리겠다는 방침에 이어 이번엔 해협 통과 여부를 미국과 친소 관계에 따라 자신들이 결정하겠다는 압박이다.
호르무즈 해협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에는 그야말로 날벼락이다. 자칫 전시가 끝난 평시에도 이란의 통제권에 휘둘리게 되고 막대한 통행료를 바쳐야 하기 때문이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적재 용량이 보통 200만배럴인 만큼 통행료만 200만달러(약 30억원)에 달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액화천연가스(LNG)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간다. 하루 운송되는 원유와 석유 제품이 약 2000만배럴에 달한다.
이날 이베트 쿠퍼 영국 외무장관 주재로 40여 개국 외무장관이 머리를 맞댄 것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질수록 각국 경제에 미칠 타격이 걷잡을 수 없어진다는 우려에서다. 쿠퍼 장관은 "이란의 무모함이 세계 경제 안보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회의 후 성명을 통해 이들은 "이란이 승리해선 안 된다"며 "오늘 파트너들은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해협 재개방과 항행의 자유라는 기본 원칙의 존중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원국들은 유엔 등을 통한 외교적 압박과 함께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 조치의 필요성도 논의했다. 회의에는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요 회원국과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국가, 인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했다. 미국은 참석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안전한 운항을 위해 유럽과 아시아에 군함 파견을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은 뒤 미국은 유럽과 아시아가 해결할 문제라며 발을 빼버렸다. 이날 40여 개국이 공동성명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힌 것도 트럼프 대통령 '달래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연료를 구할 수 없는 국가들, 이란 지도부 제거 작전에 동참하기를 거부했던 많은 국가에 제안한다"며 "스스로 해협을 통제하고 보호하고 사용하라"고 말했다.
이들은 다음 회의에선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을 호위해 구조하거나 기뢰를 제거하는 군사 전략도 논의할 방침이다. 아울러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연합체 구성에도 시동을 걸 계획이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미온적이었을 때 유럽을 중심으로 연합을 구성해 지원 방안을 마련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걸프 국가들은 이참에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기 위해 기존 송유관을 확장하거나 신규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영구 장악을 시도하면서 대체재를 찾겠다는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안보리는 3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결의안을 논의했다. 이번 결의안은 해협 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이란은 "도발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유엔 안보리를 포함한 침략자들과 그 지지자들의 어떠한 도발적 행동도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들 뿐"이라고 말했다.
[뉴욕 임성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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