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석유 공룡들, 생산 뒷전…트레이딩으로 돈 더 벌었다

2 days ago 9

올해 들어 유럽 석유 메이저 업체들이 본업인 에너지 개발·판매가 아니라 트레이딩(거래)에서 더 큰 수익을 내고 있다.

1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셸, 토탈에너지스 등이 트레이딩하는 원유 물량은 하루 4000만~5000만 배럴에 이르렀다. 이들 기업이 직접 생산하는 물량의 5~10배 규모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석유 메이저 업체 3곳의 트레이딩 부문은 150억~200억달러의 세전 영업이익을 올려 전체 이익의 15~20%를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에도 트레이딩 조직은 석유 업체 수익을 늘리는 ‘숨은 사업’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 2월 말 미국·이란 전쟁 개전 이후 기존 원유와 가스를 사들인 뒤 되파는 비즈니스가 석유업체의 중추 사업이 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레이딩 사업에서 대형 석유회사의 강점은 정보력이다. 이들 회사는 유전, 가스전, 정유시설, 터미널, 저장시설 등을 오랜 기간 운영해왔다. 이 과정에서 원유 공급과 수요, 가격 방향에 관한 정보를 광범위하게 확보할 수 있다.

올해 초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폭격했을 때도 일부 트레이더는 원산지 원유와 지역별 가격 격차가 확대된 것을 확인하고 발 빠른 베팅에 나섰다. 3월 토탈 트레이더들은 5월 출항 예정인 아랍에미리트(UAE)·오만산 원유를 모두 확보해 10억달러 이상을 번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기업의 역사와 지리적 조건도 영향을 줬다. 중동 전역에 생산시설을 구축한 유럽 에너지 회사들은 1970년대 산유국의 설비 국유화 과정에서 관련 지분을 대부분 잃었다. 이 충격으로 이들 기업은 자체 생산 원유를 파는 구조에서 벗어나 제3자 물량을 사들이는 방식을 적극 활용하게 됐다.

다만 트레이딩 사업 역시 미국과 중동 업체의 도전을 받고 있다.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와 미국 석유 메이저 업체 엑슨모빌 등이 최근 트레이더를 적극 채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