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준전시 체제’ 회귀…국방비 1000조 지출, 냉전수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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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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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 4년을 맞는 가운데 러시아의 추가 침공 위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방비 증액 압박 등으로 유럽 국가들의 국방비 지출이 냉전 말기인 1990년보다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거나 인접한 폴란드, 스웨덴, 핀란드 등이 국방비를 대폭 늘렸고, 독일과 프랑스 등도 군사력 강화 행보에 더욱 적극 나선 여파로 풀이된다. 사실상 전 유럽이 준(準)전시 체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동아일보가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유럽 대륙의 군사비 지출은 옛 소련 붕괴 뒤 가장 높은 수준인 6930억 달러(약 1003조 원)를 기록했다. 1990년 6160억 달러(약 892조 원)의 113%에 달한다.

냉전 해제 후 유럽의 국방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2014년에 1990년의 59.6%(3670억 달러·약 531조 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후 5920억 달러(약 857조 원)로 급증했고 2024년에는 10년 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 국방비 증액-징병제 부활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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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PRI에 따르면 지중해 섬나라 몰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유럽 국가가 2024년 국방비를 늘렸다. 특히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모두 맞댄 폴란드는 2024년 한 해 전보다 31% 늘어난 380억 달러(약 55조 원)의 국방비를 집행했다. 폴란드 국내총생산(GDP)의 4.2%에 달한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GDP의 5% 선에도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역시 러시아와 인접한 스웨덴(34%), 노르웨이(17%), 핀란드(16%) 등도 2024년 국방비를 대폭 늘렸다. 당초 중립국이었던 스웨덴과 핀란드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은 2024년 885억 달러(약 128조 원)의 국방비를 지출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에 이은 세계 4위다. 불과 1년 전 세계 7위에서 세 계단 뛰어오른 것도 이례적이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군사력 강화에 소극적이었던 독일이 사실상 대대적인 군사대국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프랑스, 영국, 독일 등은 징병제 부활 등을 포함한 병력 확보에도 열심이다. 프랑스는 올해부터 18∼25세 청년을 대상으로 자발적 군복무 제도를 시행한다. 영국은 대학 진학을 미루는 청년들의 군 복무를 유도하는 ‘갭 이어(Gap year)’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크로아티아 또한 지난해 18년 만에 징병제를 도입하기로 했고, 오스트리아는 군 복무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8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독일은 자원 입대자 부족 시 법 개정을 통해 징병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 신속대응군-군용철도 추진

유럽연합(EU) 차원의 대응도 빨리지고 있다. EU는 지난해 3월 8000억 유로(약 1360조 원)를 투입하는 ‘유럽 재무장(ReArm Europe)’ 계획을 선언했다. ‘유럽 방위태세 2030 공동 백서’를 발표하는 등 재무장을 주도하고 있다. EU의 국방분야 수장 안드류스 쿠빌류스 방위우주 담당 집행위원은 “유럽 주둔 미군의 철수에 대비해 유럽이 10만 명 규모의 신속대응군을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군용 철도 건설, 군수 물자의 유럽 자체 생산 확대, 무기 공동구매 프로그램 확대 등 ‘바이 유러피언(Buy European)’ 기조도 강화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유럽방위청(EDA)은 지난해 9월 유럽의 군수 이동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각 회원국에 보냈다.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지역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보낸 탱크와 전투차량 및 군수품들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하는 데 45일 이상 걸릴 정도로 유럽의 군사 인프라가 낙후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국방비 급증은 유럽의 사회경제 지형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은 복지를 축소하고 자국 내 외국인, 제3세계 등에 대한 원조를 대폭 줄이고 있다. 이로 인해 복지 예산이 줄고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유럽 곳곳에선 극우 정치세력이 부상하고 있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유럽이 보여줬던 상당한 수준의 다양성과 공동체 문명은 약화되고, 극단적 세력이 득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 갈 길 잃은 우크라전 종전 협상

이 와중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협상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쟁 발발 후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의 소유권, 서방군의 우크라이나 주둔 여부 및 서방의 안전보장 방식 등을 둘러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의견 차이가 현격하다.

두 나라는 종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공격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21일 국경에서 1500km 떨어진 러시아 우랄지역의 우드무르티야 공화국을 장거리 순항미사일 ‘플라밍고’로 공격했다. 러시아 또한 22일 새벽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탄도미사일 등으로 공격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 공병부대가 양측의 주요 교전지인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에서 폭발물 160만 개를 제거한 뒤 지난해 12월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알렉산드르 힌시테인 쿠르스크 주지사가 밝혔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김하경
김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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