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애널리스트들, 팔천피 시대 '동학개미 스승'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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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호 경제평론가

윤지호 경제평론가

코스피지수의 질주가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주식 투자 열기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유튜브 등 온라인 공간에서도 주식 관련 콘텐츠 소비량이 급증하는 추세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동학개미운동에 이어 이른바 2차 주식 붐이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주식 투자 콘텐츠를 소비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방식은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 단순히 유망 종목을 ‘찍어주는’ 방송이나 투자의 기초적 마음가짐을 가르치는 콘텐츠는 저물고, 거시경제 흐름과 깊이 있는 자산 배분 전략을 제시하는 콘텐츠가 각광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여의도를 떠나 ‘제2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은퇴한 전략가들이 있다.

◇종목 대신 인사이트 찾는 투자자들

이선엽 AFW파트너스 대표

이선엽 AFW파트너스 대표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식 유튜브 채널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인물은 윤지호 경제평론가(전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선엽 AFW파트너스 대표(전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전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이효석 HS아카데미 대표(전 SK증권 애널리스트) 등이다. 이들은 모두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오랜 기간 활약하다가 떠난 전직 투자전략가 및 이코노미스트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의 부상은 동학개미운동 때 슈카월드, 삼프로TV 등 초대형 경제 금융 채널이 탄생하며 1세대 주식 유튜버들이 득세한 것과는 확연히 결이 다르다. 당시에는 주식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주린이’(주식+어린이)를 위해 적립식 투자의 필요성과 가치투자 철학 등 기초적인 마인드셋을 강의하던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당시 현직)나 유망 종목과 섹터를 친절하게 짚어주던 염승환 LS증권 이사,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 등 현직 인사들이 ‘동학개미의 스승’으로 불리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세대교체의 배경으로 투자자들의 눈높이 상승을 꼽는다. 코로나19 이후 수년간 조정장을 버텨내고 해외 주식 투자 열풍까지 거치며 개인투자자들의 지식 수준과 이해도가 여의도 증권사 관계자 못지않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제는 누군가 짚어주는 개별 종목에 맹목적으로 의존하기보다 금리·환율 등 거시경제 환경과 글로벌 산업의 구조적 트렌드를 읽고 스스로 투자 전략을 세우길 원한다는 설명이다.

주요 증권사가 컴플라이언스(내부 통제) 강화를 이유로 소속 애널리스트의 외부 유튜브 채널 출연을 엄격하게 제한하기 시작한 것도 한몫했다. 제도권 시각을 대변하면서도 발언에 제약이 덜한 전직 전문가를 선호하는 개인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튜브와 경제신문, 텔레그램까지

김한진 이코노미스트

김한진 이코노미스트

투자자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도 고도화하고 있다. 과거 유튜브 영상 하나로 시황 파악부터 종목 선택까지 해결하려고 한 것과 달리 미디어 특성에 맞춰 취사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2020년 처음 주식을 시작해 현재 개인 자산의 5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이지헌 씨는 “이전에는 일단 유튜브를 보고 투자했는데, 시청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영상 매체의 특성상 실시간으로 변하는 시장의 특성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며 “이제는 경제신문과 텔레그램 채널, 리서치 보고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유튜브는 전체적인 경제 흐름과 심층 분석 콘텐츠를 확인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경력이 있는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요즘 개인투자자들은 유튜브에서 특정 종목을 언급하면 바로 매니저의 운용 보고서를 확인해 ‘물량 넘기기’ 여부를 의심할 정도로 시장을 꿰뚫어 보고 있다”며 “이제는 개인과 기관투자가의 정보력 격차가 무의미한 수준까지 좁아졌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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