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재능 아닌 성실성"

1 week ago 10

내년 의대 증원 철회로 의정 갈등이 일단락된 듯하지만, 의사들에 대한 국민적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의사 커뮤니티에서 퍼 날라진 자극적 언어는 환자들에게 상처를 안겼고,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사진=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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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국에 출간된 가정의학과 전문의 양성관의 신작 <의사란 무엇인가>는 오늘날 진정한 의사의 모습은 무엇인지 깊이 고찰하게 한다. 저자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의료현장에서 직접 느낀 바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아내 의대생이나 전공의에게도 울림을 줄 만하다.

책은 오전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이어지는 의사의 각박한 하루를 따라간다. '오전 7시' 장에선 환자를 만나는 떨림과 의사로서의 첫 발걸음을 그렸다. '낮' 장에선 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유혹과 의사로서의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진솔한 고민이 담겼다.

'저녁' 파트에선 한국 의료 시스템에 대한 저자의 비판적 시각이 드러난다. 그는 필수의료에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현 시스템상에선 의사가 많은 환자를 빠르게 진료하지 않으면 병원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무너져 내려가는 지방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도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지막 '새벽' 장에선 죽음의 경계에 있는 환자의 임종을 지키는 의사로서 진심을 전한다.

책은 여러 편의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때로는 인간적으로, 때로는 냉정하게 환자를 대하는 저자의 태도와 의사로서 겪는 고충과 고뇌가 페이지마다 묻어난다. "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따뜻한 인간미나 천부적 재능이 아니라 성실성이다", "질병을 고치는 건 기술이지만, 사람을 움직이는 건 마음이다" 등의 문장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과학 유튜버 궤도는 추천사에서 이렇게 평했다. "의료 환경이라는 낯선 풍경을 친절하고 재치 있게 번역하면서도 결코 현실을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안에 처절하게 스며 있는 생의 모서리들을 진정성 있게 보여준다."

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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