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한 번 익힌 악보는 쉽게 잊지 않는다. 그래서 피아노 연습도 많이 할 필요가 없다.”
발터 기제킹(1895~1956)은 초인간적인 암보 능력을 갖춘 피아니스트였다. 1895년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난 그는 독일인 부모 밑에서 정식 교육 없이 피아노를 익혔다. 16세에 독일 하노버 음악원에 입학한 그는 리스트 협주곡으로 유럽 무대에 데뷔했다. 클래식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스무 살 무렵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악보 없이 암보로 연주하면서다. 기제킹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체류하며 연주회를 펼친 전력으로 종전 후 나치 부역자로 낙인찍혔다. 2년간의 활동 금지 처분 이후로는 다시 활발한 연주 활동을 이어갔고 수많은 제자를 양성했다.
그의 연주는 주관적 해석을 최대한 덜어내고 악보 자체에 충실한 편이다. 페달을 절반가량 밟거나 떼어 미묘한 울림을 자아내는 ‘하프 페달링’ 기법에 뛰어났다. 마치 수채화 물감이 물에 번지듯 피아노 음색을 맑고 투명하게 표현해 ‘페달링의 화가’로 불린다.
프랑스 출신 연주자답게 프랑스 작곡가 드뷔시, 라벨 등의 작품 해석에 강점을 보였다. 그가 남긴 멘델스존의 ‘무언가’(songs without words)는 클래식 음반 역사상 손꼽히는 명반으로 평가받는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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