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한국 술이라고?" 에드워드 리와 K-위스키가 만나다

4 days ago 6

에드워드리 셰프가 참여한 K위스키 테이스팅 디너. ⓒ롯데마트 제공

에드워드리 셰프가 참여한 K위스키 테이스팅 디너. ⓒ롯데마트 제공

지난 4일 저녁 서울 잠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매장 내 와인 다이닝 공간 ‘보틀벙커 비스트로’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호랑이' '독수리' '유니콘' 등 동물 이름이 붙은 위스키가 테이블 위에 진열되고, 잠시 후 스타 셰프 에드워드 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참석자들은 리 셰프가 만든 음식과 함께 각 위스키를 맛보며 페어링을 즐겼다.

이날 행사는 롯데마트의 주류 전문점 보틀벙커가 기획한 ‘K-위스키 테이스팅 디너’ 클래스다. 국내에서 직접 빚은 ‘K-위스키’의 개성과 한국적 미식의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해 리 셰프와 한국 최초의 싱글몰트 증류소 ‘기원(KI ONE)’이 의기투합한 자리다.

실제 위스키 시장의 미묘한 변화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국내 위스키 수입액은 2022년 2억 6600만 달러에서 2025년 2억 2600만 달러로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롯데마트의 올해 5월 말 누계 기준 K-위스키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52.2%에 달한다. 전체 싱글몰트 매출에서 K-위스키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24년 0.5%에서 올해 1.8%로 매년 두 배씩 수직 상승 중이다. 단순한 과음에서 벗어나 향과 맛을 음미하는 '체험형 미식'으로 흐름이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남양주 산자락에서 만들어진 위스키

동물을 테마로 만든 기원 위스키. ⓒ롯데마트 제공

동물을 테마로 만든 기원 위스키. ⓒ롯데마트 제공

‘기원 위스키’는 2020년 경기 남양주에서 시작한 한국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다. ‘한국 위스키의 시작이자 기원(Origin)이 되겠다’는 포부와, ‘세계 무대에서 산토리(일본)나 카발란(대만)처럼 우뚝 서기를 기원(Hope)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창립 멤버 구성도 흥미롭다. 재미교포 출신 창립자인 도정한 대표, 스코틀랜드 출신 45년 경력 마스터 디스틸러 앤드류 샌드가 힘을 모았다. 특히 앤드류 샌드는 업계에서 ‘위수저’(위스키 수저)라 불리는 인물이다. 위스키 증류소에서 태어나 부모님과 친형까지 온 가족이 증류소에서 일했다. 아버지는 글렌리벳과 글렌피딕을, 친형은 발베니 증류소를 거친 스코틀랜드 위스키 명가 출신이다.

이들이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 대신 경기 남양주 화도읍 산자락을 선택한 이유는 가장 한국적인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서다. 기원은 북한강 수원지인 남양주의 맑은 지하수를 정화해 정제수 없이 그대로 사용한다. 결정적인 치트키는 한국의 사계절이다. 기원 위스키 측은 "스코틀랜드에 비해 연교차가 극단적으로 큰 한국의 기후 덕분에 오크통 속 원액의 호흡이 빨라진다"며 "한국에서의 1년 숙성은 스코틀랜드의 3년과 맞먹는다고 할 정도"라고 했다.

양조 과정에도 각별한 공을 들이고있다. 스코틀랜드 최대 몰트 회사 ‘크리스프’사의 맥아를 가져와 당화시킨 후, 일반적인 스코틀랜드 증류소(60~72시간)의 두 배가 넘는 120~160시간 동안 초장기 발효를 거친다. 효율성은 떨어지지만, 풍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증류기는 ‘증류기 업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포사이스(Forsyths)사에서 특수 제작해 들여왔다. 목이 짧고 상단 암(Arm)이 3~5도 올라가도록 설계되어, 화사한 향을 품으면서도 묵직한 바디감을 자랑하는 원액이 뿜어져 나온다. 2톤의 맥아로 1만 리터의 워시(맥주)를 만들어 증류하면, 앞뒤 메탄올과 찌꺼기 성분을 정교하게 잘라내는 ‘컷팅(Cutting)’을 거쳐 오직 700~800L의 알짜배기 원액(74도)만 남는다.

외관 디자인은 한국의 전통미를 살렸다. 보틀은 전통 단청 색상과 한지 라벨, 한국 전통 문양인 삼태극과 백봉산의 해·달·별을 형상화한 코르크를 사용했다. 기원 측은 "과거 영문 로고를 메인으로 삼았던 방식을 버리고 한글을 전면에 내세웠다"며 "양조장이 위치한 산의 모양을 3D 프린팅해 바닥 디자인에 적용하는 등 지역색도 살렸다"고 설명했다.

호랑이·독수리·유니콘… 3개국의 정체성을 담은 페어링

에드워드리 셰프가 참여한 K위스키 테이스팅 디너. ⓒ롯데마트 제공

에드워드리 셰프가 참여한 K위스키 테이스팅 디너. ⓒ롯데마트 제공

이날 클래스는 기원의 코어 라인업 3종과 신제품 1종, 그리고 에드워드 리 셰프가 위스키의 풍미에 맞춰 직접 개발한 한식 기반 4코스 디시의 페어링으로 진행됐다.

첫 코스는 가볍고 플로럴하며 부드러운 피트 향미가 특징인 ‘기원 유니콘(43도)’과 콘 템푸라를 올린 ‘새우 샐러드’의 만남이었다. 마스터 디스틸러의 고향 스코틀랜드를 상징하는 유니콘의 화사한 훈연 향이 고추장 비네그레트 소스의 매콤달콤함, 새우의 단맛과 밸런스를 이뤘다.

두 번째 코스는 창립자의 고향 미국을 상징하는 ‘기원 독수리(43도)’와 ‘숯에 구운 문어’ 요리였다. 켄터키 버번 캐스크에서 숙성되어 열대과일 같은 달콤함과 묵직한 오크 향을 내는 독수리는 호불호 없이 부드럽게 넘어가, 문어의 스모키함과 컬리플라워 된장 페이스트의 깊은 감칠맛을 단단하게 받쳐줬다.

기원 위스키의 앰버서더를 맡은 에드워드리 셰프(왼쪽)와 도정한 대표. ⓒ롯데마트 제공

기원 위스키의 앰버서더를 맡은 에드워드리 셰프(왼쪽)와 도정한 대표. ⓒ롯데마트 제공

하이라이트는 증류소의 생산지 한국을 상징하는 ‘기원 호랑이(46도)’와 메인 요리 ‘갈비찜’이었다. 스페인 헤레즈 지방의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되어 한국인이 좋아하는 짙은 과실 향과 붉은빛을 띠는 호랑이는 진한 구조감을 자랑했다.

리 셰프가 인삼, 잣, 대추 퓌레와 김치 주스를 활용해 만든 독창적인 갈비찜의 깊은 풍미가 호랑이 위스키 특유의 스파이시한 느낌과 입안에서 어우러졌다. 이어진 디저트 ‘흑임자 & 버번 티라미수’와 에스프레소 카키고리(일본식 빙수)와도 잘 조화되는 맛이었다.

"K 위스키, 글로벌 무대서도 역량 발휘"

위스키 불모지로 꼽히던 한국이지만, 기원 위스키는 설립 6년 차 만에 세계 유수의 품평회를 휩쓰는 등 해외에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2025년에는 IWSC 세계 위스키 부문 최고상(Trophy)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참석자들도 "앤드류 샌드의 노련한 기본기 위에 한국의 극적인 기후와 장기 발효가 만들어낸 스파이시함이 매력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잠실 보틀 벙커 전경. ⓒ롯데마트

잠실 보틀 벙커 전경. ⓒ롯데마트

행사를 기획한 보틀벙커는 잠실점 매장 내 60평 규모의 ‘보틀벙커 비스트로’를 통해 이 같은 고품격 주류 문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진행된 사케 클래스에 이어 이번 행사도 조기 매진을 기록했다. 보틀벙커 관계자는 “오는 18일 비스트로 오픈 1주년 기념 대규모 와인 시음회를 시작으로 7월 아시아 리쿼 박람회 등 와인, 위스키, 사케를 아우르는 차별화된 미식 큐레이션을 적극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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