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2년도 못 버틴다”…블록체인 입법 공백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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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국회 세미나
美 기술 지원 입법, 싱가포르 규제 명확한데
韓 ICO 금지, 입법 불확실성에 인재·자본 유출
與·과기부 “입법 공감”, 산업계 “신속 추진해야”
“디지털자산기본법+블록체인기본법 함께 가야”

  • 등록 2026-05-13 오전 8:13:32

    수정 2026-05-13 오전 8:13:32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국내 토큰증권발행(STO) 1호 기업인 루센트블록은 조각투자 장외거래소에 탈락했다. 수년간 열심히 해온 펀블은 내년 2월 STO 제도화 시행 문턱을 앞두고 자금이 부족해 위기에 처했다. 규제 샌드박스를 받고 사업을 추진해온 다윈KS는 주요 사업이 중단 위기에 처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결국 블록체인 주요 기업들이 심각한 생존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김성곤 상임이사는 12일 국회에서 ‘블록체인기본법, 왜 지금인가?’ 주제로 열린 세미나(주최 더불어민주당 김우영·이주희 의원)에서 위기에 처한 블록체인 기업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이대로 가면 블록체인 인재와 자본의 해외 유출이 가속화돼 국내 관련 산업 기반 전반이 고사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블록체인 시장, 기술, 산업 전반을 육성하는 블록체인 기본법을 시급히 제정해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종원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이사장은 12일 "지난 8년간의 입법 공백은 우리 블록체인 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뼈아픈 시간이었다"며 블록체인기본법 제정을 촉구했다. (사진=최훈길 기자)

이날 세미나에서는 블록체인 기업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 공개적으로 논의됐다. 문재인정부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을 역임한 이효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겸임교수는 “블록체인 투자 축소, 생태계 위축, 전문인력 해외유출 심화로 블록체인 사업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ICO(블록체인판 IPO로 코인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금지로 스테이블코인 유통 기반(Layer 1)인 퍼블릭 블록체인 구축이 불가한 상황”이라며 “결제 수단·가상자산운용 금지로 혁신서비스 개발이 제한되고 있고, STO 제도화 지연으로 기업들은 투자금 소진으로 사업을 중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블록체인 기업들과 다수의 컨설팅을 진행해 온 이동기 블록체인산업협회 GRC 센터장(전 딜로이트컨설팅 파트너)은 “가상자산에 대한 리스크가 높다고 인식하고 있고, 투자 과정에서 회계·세무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국내 블록체인 비즈니스가 어렵다”며 “관련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이대로 가면 블록체인 기업들이 향후 2년도 버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로 진출한 블록체인 기업 이큐비알 홀딩스(EQBR Holdings)의 이민기 이사는 “싱가포르와 우리나라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규제 불확실성 여부”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사업을 해야 할지 여부가 불분명할 때가 많았는데, 싱가포르에서는 해도 되는 사업과 금지되는 사업에 대한 안내가 명확해 비즈니스 불확실성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산업계 안팎에서는 블록체인기본법을 마련해 전반적인 기틀을 잡고 산업 활성화 로드맵을 마련하는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8년 전 문재인정부 당시에도 발의됐던 블록체인 기본법은 블록체인 기술과 산업 전반을 진흥·육성하기 위한 법안이다.

이 법안은 스마트계약의 법적 효력 인정, 분산원장 기술 활성화, 전담 기관 지정 등 산업의 진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국회 정무위원회와 금융위, 블록체인기본법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중심이 돼 입법을 준비 중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작년 10월 국감에서 “블록체인기본법에 대한 필요성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영·이주희 의원도 12일 국회 세미나에서 블록체인기본법 입법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지현 과기정통부 디지털산업제도과 과장도 이날 세미나에서 “블록체인기본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블록체인은 금융적인 부분뿐만아니라 신원 인증, 분산신원증명(DID) 등 비금융 부분 및 지역화폐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며 “블록체인 기반 마련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실제 문안 내용이 중요하다”며 “애로점을 해소할 수 있는 내용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자료=권오훈 차앤권 법률사무소 변호사)

관련해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현행 법제로 분산원장 기록, 스마트 컨트랙트의 법적 효력이 불명확한 점 △법이 기술을 따라가지 못해 국내 블록체인 기업의 투자·서비스 위축 상황 △유럽연합(EU),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블록체인 기술 중심 입법 동향 등을 고려한 블록체인기본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권오훈 차앤권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기존 법제는 중앙의 신뢰와 서면 형식을 전제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분산원장과 스마트 컨트랙트와 본질적으로 마찰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전자문서법, 전자서명법, 민사소송법, 정보통신망법과의 충돌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환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는 “금융위의 규제 체계에 모순되지 않는 독립적인 법 체계가 필요하다”며 “가상자산사업자와의 연계를 통해 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선스 없이도 국내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규제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종현 데이터랩스 대표는 “블록체인기본법은 지금 제정해도 늦었다”고 꼬집었다. 김성곤 상임이사는 “디지털자산기본법과 블록체인기본법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종원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이사장은 “미국과 EU 등 선진국은 이미 블록체인 기술의 법적 효력을 강력히 보장하며 국가 전략 자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법적 공백과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결국 국내 혁신 기업과 핵심 인재들이 해외로 떠나는 ‘디지털 엑소더스’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시급한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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