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항구 대규모 폭발, 800여명 사상… “미사일 고체연료 보관중”

1 week ago 8

정부 대변인 “화학물질 폭발 가능성”
28명 사망… 중상자 많아 피해 늘듯
일각선 이스라엘 테러 가능성 제기
美-이란 비핵화 협상은 교착상태

26일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의 샤히드라자이 항구에서 대규모 폭발로 검은 구름이 일대를 뒤덮은 가운데 헬리콥터가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반다르아바스=AP 뉴시스

26일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의 샤히드라자이 항구에서 대규모 폭발로 검은 구름이 일대를 뒤덮은 가운데 헬리콥터가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반다르아바스=AP 뉴시스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의 샤히드라자이 항구에서 26일 대규모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화학물질 관리 부실에 따른 인재(人災) 가능성이 제기된다. AP통신은 탄도미사일용 고체연료 ‘과염소산나트륨’을 부적절하게 취급한 결과로 보인다고 전했다. 파테메 모하제라니 이란 정부 대변인 또한 “항구 내 컨테이너의 화학물질이 폭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CNN에 밝혔다.

이번 사고로 현지 시간 27일 오후 1시 기준 최소 28명이 숨지고 800여 명이 다쳤다. 실종자와 중상자가 많아 사상자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폭발 현장의 부상자가 들것에 실려 이송되고 있다. 현지 시간 27일 오후 1시 기준 28명이 숨지고 800여 명이 부상을 당한 가운데 실종자, 중상자가 많아 사상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다르아바스=AP 뉴시스

폭발 현장의 부상자가 들것에 실려 이송되고 있다. 현지 시간 27일 오후 1시 기준 28명이 숨지고 800여 명이 부상을 당한 가운데 실종자, 중상자가 많아 사상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다르아바스=AP 뉴시스
이란은 서방의 경제 제재로 인한 고질적인 경제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가자 전쟁 장기화에 따른 중동 내 친(親)이란 세력의 약화 등으로 상당한 위기에 처해 있다. 만일 사고 원인이 최종적으로 화학물질 관리 부실로 밝혀진다면 이란 국민의 불만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에 반대하는 이스라엘에 의한 테러나 이 여파에 따른 사고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이란 본토 공습을 통해 상당수 미사일 고체연료 혼합 시설을 파괴했다. 이후 이란 당국이 미사일 원료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이번 사고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는 자국 방송 ‘채널12’에 “이스라엘은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 화학물질 부주의 취급 가능성 커

샤히드라자이는 연간 8000만 t의 화물을 처리하는 이란 최대 컨테이너 항구다. 면적이 약 24km²(약 726만 평)로 유류 탱크, 석유화학 시설 등이 있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에 자리해 지정학적 가치가 크다. 수도 테헤란에선 남동쪽으로 1050km 떨어져 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컨테이너와 화학물질 탱크 등이 위치한 곳에서 뭉게구름 같은 거대한 검은색 연기가 피어오르는 사진과 동영상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일대 대부분의 시야가 흐려져 교통과 물류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졌다. 목격자들은 폭발이 워낙 강해 사고 발생 지점에서 50km 떨어진 곳에서도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당국은 일대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민들에게는 실내에 머물라고 권고했다. 학교에는 휴교령을 내렸다.

AP통신은 영국 민간 해상보안기업 앰브리를 인용해 이 항구에 지난달 과염소산나트륨이 하역됐다고 보도했다. 가자 전쟁 발발 뒤 하마스를 지원해 온 이란은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이 미사일의 연료가 소진되자 이를 보충하기 위한 용도로 과염소산나트륨을 수입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란 측은 수입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앰브리는 중국산 선박 두 척이 올 1월에도 이 연료를 이란에 실어 날랐다고 전했다. 실제 사고 현장 화면을 보면 로켓 연료의 핵심 성분인 질소 화합물이 연소된 것과 같은 주황색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번 사고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항에서 2020년 8월 발생한 화학물질 폭발과 흡사하다. 당시 물류 창고에 6년간 허술하게 방치됐던 질산암모늄 2750t이 폭발해 220여 명이 숨졌다. 레바논에서도 정부의 부주의와 무능을 질타하는 국민 분노가 상당했다. 이번 사고가 이란 국민의 불만을 터뜨릴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미-이란 핵협상은 교착

이 와중에 이란 비핵화를 위한 미국과 이란의 3차 협상은 별 소득 없이 끝났다. 양국은 26일 오만 무스카트에서 양국 기술 전문가가 참여하는 3차 고위급 핵협상을 마쳤다. 이달 12일과 19일 각각 열린 1, 2차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오만의 중재로 간접 회담을 진행했다.

3차 회담에서도 미국과 이란 간 이견이 커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란은 “민간 사용 목적의 핵 농축 프로그램은 계속 가동하겠다”는 입장이나 미국 측은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양측은 다음 달 3일 4차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 미국 시사매체 타임 인터뷰에서 “(이란 핵협상에서)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보다 합의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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