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고온 피해라” 산으로 가는 산딸기-수박밭

9 hours ago 2

고온 영향 크게 받는 두릅-복숭아
롯데마트-이마트, 대체산지 물색
판매 기간 늘어나며 매출에 도움
“기후변화 대응 산지 다변화 필수”

지난달 19일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의 ‘월악산 산딸기 농원’에서 오혜련 농장주(왼쪽)와 방준하 롯데마트·슈퍼 과일팀 MD가 산딸기를 수확하고 있다. 롯데마트·슈퍼 제공

지난달 19일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의 ‘월악산 산딸기 농원’에서 오혜련 농장주(왼쪽)와 방준하 롯데마트·슈퍼 과일팀 MD가 산딸기를 수확하고 있다. 롯데마트·슈퍼 제공
지난달 19일 오후 2시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의 ‘월악산 산딸기 농원’. 예년보다 더워진 날씨 탓에 대부분 출하를 마친 남부지역 주요 산지와 달리 이곳은 산딸기 수확이 한창이었다. 해발 420m 고지대에 자리한 약 500평(1652㎡) 규모의 밭에는 성인 키만큼 자란 산딸기나무 5000주(株)가 줄지어 서 있었고, 가지마다 붉게 익은 열매와 덜 여문 초록빛 열매가 빼곡히 달려 있었다. 작업자들은 통통하게 익은 과실만 골라 투명 플라스틱 팩에 담느라 분주했다. 이날 농원에서 생산된 산딸기 물량은 약 100kg에 달했다. 농원 영업을 맡고 있는 이승우 씨는 “월악산은 고지대라 7월 초까지 재배가 가능하다 보니 대형마트에서 먼저 연락이 와 올해부터 납품하게 됐다”고 했다.

이상기후로 일부 농산물 산지의 수확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유통업계가 고지대 등 기후의 영향을 덜 받는 신규 산지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체 산지를 통해 이른 더위로 평년보다 조기 종료되는 농산물의 판매 기간을 늘려 매출 공백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이상 고온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처음 월악산 산딸기 농원과 손잡고 시범 판매에 나섰다. 기존 주산지였던 경북 청도 산딸기가 지난해 폭염으로 수확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판매 기간이 예정보다 5일가량 줄었고 이에 따라 매출도 전년 대비 약 5% 감소했다. 이번에 새로 확보한 산지는 고지대에 있어 이상 고온의 영향을 덜 받는 덕에 일부 점포에서는 이달 초까지 산딸기 판매를 이어갈 수 있었고, 롯데마트와 슈퍼의 올해 3∼6월 산딸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0% 늘었다. 방준하 롯데마트·슈퍼 과일팀 MD는 “산딸기는 고온다습한 환경에 취약해 금세 곰팡이가 생기는 작물이라 이를 극복할 만한 기후가 갖춰진 신규 산지 확보가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신규 산지 발굴은 산딸기에 그치지 않는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고온에 쉽게 물러지는 특성을 가진 두릅의 대체 산지 발굴을 위해 애썼다. 지난해에는 고온건조한 기후로 두릅의 수확 시점이 기존 4월 초에서 3월 말로, 판매 종료 기간은 5월 중순에서 5월 초로 앞당겨진 바 있다. 올해는 해발 400m 이상 고지대에 있는 경남 하동 지리산 청학골 산지를 새로 확보해 판매 기간을 2주가량 늘릴 수 있었고, 참두릅 매출도 전년 대비 약 20% 신장했다.

복숭아도 산지를 확대하고 있는 품목 중 하나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기존 충북 음성, 충주 산지 외에 올해부터 충북 괴산에 있는 고지대 농가와 새롭게 계약을 맺었다. 본격적인 복숭아 출하 시기인 7∼8월은 장마와 폭염으로 생산 차질이 자주 발생해 산지를 늘린 것이다.

이마트는 수박을 중심으로 고지대 산지를 발굴하고 물량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여름철 대표 상품인 수박은 주로 전북 고창, 충남 논산 부여 등에서 수확해 왔지만 폭염에 대비해 지난해부터 경북 봉화 영양, 전북 진안 등 해발 300m 이상의 고산지 농가와 손잡고 생산을 시작했다. 이마트는 “올해는 이상기후에 대비해 고산지 수확 물량을 지난해보다 2∼3배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마트·슈퍼 관계자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산지 다변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이와 함께 스마트팜 운영 품목과 수량을 확대하고 씨 적은 블랙 수박 등 폭염과 기후에 강한 품종을 운영하는 산지와의 계약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충주=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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