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4일 공식 출범하면서 위기의 한국 경제호(號)를 이끌 경제팀 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1기 경제팀은 올해 1분기 역성장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한편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주도하는 중책을 맡는다.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산업 정책도 다시 수립해야 한다. 경제팀 수장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한·미 통상 협의를 매듭짓고 2차 추가경정예산안도 짜야 한다.
◇‘예산통 vs 정책·금융통’
이날 정치권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조만간 경제부총리 후보자를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총리 후보로는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과 김용범 기재부 전 1차관, 이호승 전 대통령 정책실장,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가나다순) 등 기재부 출신 인사가 우선 거론된다.
구 전 실장은 경북 성주 출신으로 32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기재부 예산실장과 2차관 등을 거친 ‘예산통’이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맡았고 문재인 정부 때는 국무조정실장으로 범부처 정책 조정을 총괄했다. 예산과 재정 이해도가 높고 범부처 정책 조정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남 무안 출신인 김 전 차관은 행시 30회다.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을 시작으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금융정책국장, 부위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금융통’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기재부 1차관을 지냈다. 아시아 최대 블록체인 벤처캐피털(VC)인 해시드의 연구 자회사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 전 실장은 전남 광양 출신으로 행시 32회다. 기재부 경제분석과장, 종합정책과장, 경제정책국장 등 정책 라인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정책통’이다. 문재인 정부 때 기재부 1차관과 경제수석비서관, 대통령 정책실장(장관급)을 거쳤다. 온화한 성품으로 부하 직원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관료로 알려져 있다.
주 부위원장은 기재부 출신 후보군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 출신이다. 행시 26회로 기재부 차관보, 1차관을 거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타고난 부처 장악력으로 확실한 성과를 올리는 관료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2월부터 저고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치인 가운데는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인 5선의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지내 경제 정책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前 통상본부장 vs 측근’
산업 정책과 대미 통상 협상을 책임지는 산업부 장관에는 여한구 전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등이 거론된다. 정치인 중에서는 김성환·김태년·이언주 의원의 이름이 나온다. 여 전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 마지막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았고,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물러났다. 이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으로 미국 워싱턴DC와 서울을 오가며 연구 활동을 했다.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을 지낸 김 교수는 이 대통령 지지 전문가 그룹으로 알려진 ‘성장과 통합’에서 비상임 공동대표를 맡았다. 산업부 장관으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도 거론되지만 김 전 본부장의 외교부 장관 기용설도 나오고 있다. 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도 산업부 장관 물망에 올랐지만 본인이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실무를 맡을 통상교섭본부장에는 정대진 전 통상차관보가 거론된다. 현직 실장급 통상·무역 관료를 통상본부장으로 승진시킬 가능성도 있다.
정영효/김익환/김대훈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