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가 인공지능(AI) 입법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도입한다고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법률 제안 단계에 AI를 도입하는 것은 UAE가 세계 최초다.
UAE는 우선 모든 법률을 통합해 AI 법률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판결, 행정절차, 공공 서비스에 연계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통합된 AI 법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서 나아가 이를 법 개정에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UAE는 연방 및 지방 법률, 법원 판결, 공공 부문 데이터를 아우르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AI가 법률이 국민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세계 유수 연구기관들과도 시스템을 연계해 국제 입법 관행을 따라가면서도 UAE의 고유한 상황에 맞게 법률을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UAE는 지난 14일 입법분야에서의 AI 활용을 총괄할 새 부서인 ‘규제정보사무국(Regulatory Intelligence Office)’를 신설한 바 있다.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 UAE 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AI 시스템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법률이 국민과 경제에 일상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추적하고 법 개정을 정기적으로 제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AI 요약 서비스를 활용해 행정 절차나 공공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프랑스는 의회 및 정부 입법 회의에서 AI의 요약 기능을 일부 활용하고 있으며,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주는 챗GPT를 활용해 시민들에게 법률문서를 요약해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AI가 법안 개정을 적극적으로 제안하도록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UAE는 이를 통해 법률 제정 속도가 70%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AI가 법률 검토 과정에서 미래에 필요한 법률 개정 가능성까지 예측하도록 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행정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법안 요약 등 단순한 보조적 업무가 아닌 초안 작성·법률 효과 예측 등 주요 입법 업무에 도입하기에는 아직 AI의 신뢰성이 완전하지 않다고 우려한다. AI가 잘못된 정보를 사실처럼 답하는 환각 현상과 데이터에 기반한 편향 위험 등이 있기 때문이다.
권위주의적인 정치체제를 갖춘 UAE가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보다 과감하게 AI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키건 맥브라이드 옥스퍼드 인터넷연구소 강사는 “UAE는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유리한 입장”이라며 “다른 국가들도 입법에 AI를 활용하기 위해 크고 작게 여러 시도를 하고 있지만 UAE처럼 야심찬 계획은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UAE가 AI 법률 시스템 구축에 어떤 모델을 사용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