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와 지역 대학 유기적 결합
로봇 클러스터 조성에 성공
조선업 쇠퇴 후 신산업 전환
덴마크 퓐섬의 항구도시 오덴세는 한때 조선업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아시아 조선 회사들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경쟁에서 도태되면서, 도시도 쇠락의 길을 밟는 듯 했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지금, 오덴세는 전 세계 로봇 공학자들이 순례하는 ‘글로벌 로봇 클러스터’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철강과 용접 불꽃이 사그라진 자리에 협동 로봇과 딥테크가 피어나서였다. 절망의 끝에서 도시는 어떻게 스스로의 운명을 뒤바꿨을까. 오덴세 현지에서 쇠렌 엘머 크리스텐센 오덴세 로봇 클러스터 대표를 만나 부활의 궤적을 쫓았다.
오덴세의 기적은 막대한 자본이나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하향식(Top-down) 지원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위기감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뭉친 산업계, 학계, 그리고 지자체의 절박한 ‘결사’가 그 출발점이었다.
크리스텐센 대표는 “당시 세계 시장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선소는 더 유연한 로봇 솔루션이 필요했고, 이는 곧 지역 대학과의 협력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대학과 산업의 유기적 연결 덕분에 인재 숙련도가 높아졌다고 크리스텐센 대표는 부연했다.
그는 “강력한 산업을 원한다면 강력한 학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면서 “단순히 세계적인 연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당장 내일 로봇을 만들 엔지니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에서 많은 지식을 배울 수는 있지만 진정한 엔지니어는 학문을 책 속이 아닌 기업들의 ‘실제 문제(real problems)’에 적용할 때 탄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재 유출을 막는 방법 역시 ‘생태계의 힘’에서 나온다고 단언했다. 단일 대기업에 의존하는 한국의 특정 지역들과 달리, 오덴세는 클러스터 전체를 하나의 매력적인 선택지로 제시한다. 크리스텐센 대표는 “유니버설 로봇(Universal Robots)처럼 세상을 바꾼 기업들이 앞장서서 인재를 불러 모았다”면서 “단순히 ‘우리 회사에 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회가 넘치는 생태계로 오라’고 초대하는 전략이 지역 인재들을 대도시로 떠나지 않게 붙잡은 비결”이라고 말했다.
오덴세를 진정한 자생적 클러스터로 만든 또 다른 축은 창업자들의 ‘기부 환원 문화(Give back culture)’다. 크리스텐센 대표는 엑시트(Exit)에 성공한 선배 기업가들이 다시 지역 스타트업의 후원자가 되는 선순환을 로봇 생태계의 핵심 동력으로 꼽았다.
그는 “비즈니스에 성공해 큰돈을 번 창업자들은 기꺼이 자신의 자본과 경험을 생태계에 환원한다”면서 “성공한 기업가들의 기부금이 모여 초기 스타트업의 든든한 젖줄이 되고 있다”고 했다.
소멸 위기를 타개하고자 ‘한국의 오덴세’를 꿈꾸며 대규모 로봇·AI 콤플렉스 조성에 열을 올리는 한국의 지자체들을 향해 크리스텐센 CEO는 뼈있는 조언을 남겼다.
그는 “생태계는 반드시 지역이 이미 보유한 기존 산업의 토대 위에서 탄생해야 한다”면서 “위에서 아래로 찍어 누르는 대신, 지자체, 대학, 기업이 만나 ‘신뢰의 플랫폼’을 장기적으로 구축하는 정치적 리더십이 최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덴세 강영운 기자


![하루 만에 닫힌 호르무즈...이란 매체 "협상은 외무부만 하나" 비판[이상은의 워싱턴나우]](https://img.hankyung.com/photo/202604/01.44004453.1.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