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파크골프장 건립 경쟁
전국 5년새 78% 급증했는데
올해도 120곳 추가조성 예정
기존 공원 없애고 만들기도
공급 과열에 혈세 낭비 우려
인구 2만명에 불과한 대구 군위군이 총 합계 270홀 규모의 파크골프장 건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다. 2022년부터 내년까지 민선 8기에만 180홀을 짓는 데 23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후 추가 예정인 90홀까지 포함하면 3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파크골프장 건립에 쓰이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생활체육 차원을 넘어 지역 홍보·6관광 자원으로 파크골프장을 키우려 하지만, 일부는 사업 규모가 과도해 중장기적으로 재정 부담과 시설 운영의 비효율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31일 군위군에 따르면 현재까지 군내 총 90홀의 파크골프장 조성이 완료됐다. 군위군은 의흥면 이지리 일원 31만㎡ 용지에 180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을 추가로 건립할 예정이다. 1차 사업을 통해 내년 상반기에 81홀을 준공하고, 2027년까지 2단계 사업을 통해 99홀을 추가로 짓는다. 군위군은 만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무려 50%에 육박하고 있지만 파크골프장을 확대해 인구 유입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군위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파크골프가 인기를 끌면서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파크골프장을 늘리고 있다. 민간 연구기관인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17개 시도에 조성된 파크골프장은 411개로 5년 전인 2020년(231개)과 비교하면 무려 78%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 17개 시도가 올해 신규 조성할 예정인 파크골프장은 120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1월 기준 전국에서 파크골프장이 가장 많은 곳은 경남과 경북으로 각각 66곳, 62곳에 달했다. 이어 경기(34곳), 강원(37곳) 순이었다. 특별·광역시 중에서는 대구가 34곳으로 가장 많고 서울 13곳, 부산 11곳이었다. 2020년부터 올해 1월까지 증감률을 보면 파크골프장이 가장 많이 늘어난 지자체는 경남으로 이 기간 230% 늘었다. 같은 기간 대구와 경북은 각각 70%, 80%가량 증가했다.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보다 사업비 부담이 덜하고 용지 조성이 유리한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파크골프장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일부 지자체에서는 수십억 원을 들여 조성한 공원을 용도 변경까지 해 파크골프장으로 만든 경우도 있다. 군위군이 그런 경우다. 군위군은 2017년 의흥면 수서리 일대에 사업비 20억원을 들여 9142㎡ 규모로 만든 대추공원을 지난해 파크골프장으로 조성했다. 예산 3억원을 들여 대추공원 용지 70%가량을 9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으로 만들었다.
문제는 지자체들의 지나친 파크골프장 건립 경쟁이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향후 파크골프장 공급 과잉이 시설을 방치하고, 지자체 비용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파크골프장 공급 과잉 우려를 막기 위해서는 접근성이 좋고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생활체육 형태로 파크골프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처럼 생활권과 집 주변 공원에서 간단히 즐길 수 있는 생활체육시설로 동호인들을 끌어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 우성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