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美 국채 매각?…"관세 협상카드로 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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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자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양국 관세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국이 관세 조치를 거둬들이지 않으면 미 국채를 팔아치울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은 2일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본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쉽게 팔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방법이 있냐’는 질문에 “(협상) 카드로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주가와 국채 가격, 달러 가치가 모두 약세를 보이는 ‘트리플 약세’와 관련해 “다양한 움직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가토 재무상은 미국 국채 보유 배경에 대해 “미국을 지원하기 위해 보유하는 것이 아니다”며 “여차하면 (환율) 개입을 위한 유동성을 고려하며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는 것은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카드를 사용할지 말지는 별도 판단”이라고 했다.

일본은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이다. 재무성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1조2725억달러 수준이다. 환율 개입 재원 등으로 갖고 있는 유가증권 대부분이 미국 국채로 추정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일본이 미국 국채를 대거 매도할 경우 미 국채 가격이 하락해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미 국채값이 폭락하자 관세 부과 유예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다만 가토 재무상의 발언이 미국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에노 쓰요시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국채를) 매각할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며 “이는 미 정부를 과도하게 자극해 상당히 위험하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

지난달 초 미국 상호관세 발표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칠 당시 일본의 은행, 연기금 등은 200억달러어치 이상 외국 채권을 매각했다. 미국 주가 폭락으로 포트폴리오 조정 등을 위해 미국 국채를 대거 매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개인투자자도 엔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하며 자금 마련을 위해 해외 채권을 매각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일은 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2차 관세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미국 측은 2차 협상에서 상호관세(일본 24%)를 중심으로 ‘합의 틀’을 제시했다. 자동차와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본 측은 강하게 반발하며 포괄적인 재검토를 재차 요구했다. 자동차와 철강·알루미늄 관세 재검토가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으면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 감축에 협력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일은 실무 협의 뒤 이달 중순 이후 3차 협상 일정을 조율하기로 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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