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양질의 일자리 수도권 쏠림
2 대·중기 임금격차 K자로 벌어져
3 전공 미스매치
인문·예체능 계열 출신 청년
공대보다 구직단념 비중 높아
4 AI發 충격파
저숙련 일자리 빠르게 대체
기업들, 신입직원은 안 뽑아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수출이 호황이지만, 정작 20·30대 청년들은 고용 절벽과 자산·소득 격차 확대라는 이중고에 신음하고 있다. 특정 업종에 쏠린 성장의 온기가 고용 시장 전체로 퍼지지 않는 '성장의 낙수효과 부재'가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양질의 일자리 진입 장벽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고스펙을 쌓고도 취업문을 뚫지 못한 청년들이 아예 구직과 취업 준비를 단념하고 '쉬었음' 인구로 편입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수도권에 있는 한 대학에 다니는 김 모씨(23)가 대표적이다. 그는 최근 취업 준비를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호텔조리학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신입 채용 공고가 적은 데다 마음에 드는 공고가 뜨더라도 모집인원이 1~2명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열심히 준비해 서류를 넣는다고 해도 결국 최종 면접에서 탈락할 것이란 걱정이 먼저 들어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 반도체 호황에도 낙수효과 없어
23일 노동계와 학계에 따르면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지속된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과제로 꼽힌다. 최근 들어 경기가 회복세에 있음에도 청년 고용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문재인 정권 말부터 청년 고용 예산을 줄이기 시작해 윤석열 정권에서도 인턴십 같은 지원책만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치적 득실에 따라 노동정책이 결정되다 보니 조직화된 노동조합에 비해 목소리가 작은 청년층이 희생당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적은 이유로 크게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화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대졸자 전공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직무 간 미스매치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노동시장 재편을 꼽는다.
특히 대·중소기업 양극화와 일자리 수도권 집중화는 청년 눈높이를 높이면서 좋은 일자리를 찾아 취업을 미루거나 특정 일자리에만 몰리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대졸 초임 분석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체의 정규직 대졸 초임(2023년 기준·초과 급여 제외 임금총액)은 5001만원으로 나타났다. 300인 미만 3238만원, 5인 미만 2731만원과 매우 큰 격차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 문턱이 높다보니 첫 직장부터 대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 간 격차가 워낙 많이 벌어지다 보니 청년들이 중소기업에는 눈길을 안 주는 상황이 생긴다"며 "눈높이 미스매칭으로 대기업은 사람이 넘쳐나고 중소기업은 부족한 상태가 쌓여 고용문제가 악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은 상당한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 '스펙 경쟁'을 치르기 때문에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 취업으로 눈높이를 낮추기가 어려워진다. 또 첫 직장이 평생 소득을 결정한다는 인식이 퍼지며 청년층의 첫 일자리 진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국은 대·중소기업 간 초임 격차가 경쟁국에 비해 크다. 경총에 따르면 한국의 10~99인 중소 사업체 임금을 100으로 놓았을 때 500인 이상 대기업의 임금 지수는 149.3에 달했다. 반면 일본은 0~99인 기업 대비 1000인 이상 대기업의 임금 지수가 114.4에 그쳤다. 또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억대 성과급 지급이 청년층 사이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기업책임 강화·청년지원 병행을"
전공 미스매치 역시 심각하다. 국가데이터처의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예체능·인문계열 출신 청년의 고용 부진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가운데 쉬었음 비중은 예체능계열이 22.5%로 가장 높았고, 인문계열도 13.5%에 달했다.
AI 확산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무가 많은 예체능·인문계열의 취업 여건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김기민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최근 '사업체의 AI 도입 현황 및 영향에 대한 탐색적 분석' 보고서를 통해 AI를 도입한 사업체의 고용구조가 고숙련 인력 중심으로 재편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도입 사업체의 고숙련 인력 비중은 2019년 30.3%에서 2023년 35.6%로 5.3%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저숙련 인력 비중은 9.4%에서 5.0%로 4.4%포인트 감소했다.
김성희 소장은 "기업들의 인력 수요가 사라진 게 아니라 경력을 선호하거나 AI로 대체하려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에 신입직원을 뽑을 수 있도록 사회적 책임을 환기해야 한다"며 "청년에 대해서는 내일채움공제와 같은 소득 지원정책을 다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금이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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