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실 남녀구별 없애겠다던 정부, 비난 쏟아지자 철회

5 days ago 3

입법예고 닷새만에 법제처에 의견 4100건
“사생활 침해에 성범죄 위험 노출 우려”
결국 중환자실·가족 2인실만 적용하기로

병원에서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고 있다.  뉴스1

병원에서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병원 입원실의 남녀 구별 규정을 삭제하려던 방침을 철회했다. 사생활 침해 우려 등 반대 의견이 잇따른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정부는 병원 입원실의 남녀 구별 규정에서 중환자실, 부부나 가족 등이 2인실을 사용하는 경우에만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1일 “정부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 중 남녀 입원실 구별 규정 폐지에 대한 국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입원실 남녀 구별 규정은 현행대로 유지하고 단서 규정을 추가해 중환자실, 부부나 가족 등이 2인실을 사용하는 경우에 예외를 인정하겠다”며 “위 수정안으로 개정할 경우 입원실 남녀 구별 규제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환자를 위해 꼭 필요한 경우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입원실 남녀 구별 규제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달 27일 병원 입원실의 남녀 구별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이 담긴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안 제35조의2제2호)’을 입법 예고했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 제35조는 의료기관의 운영 기준으로 ‘입원실은 남·여별로 구별해 운영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해당 조항을 삭제하겠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이 같은 남녀 구별 규정이 부부나 직계 가족 등의 같은 병실 사용을 막아 병상 자원의 효율적 운영을 저해한다고 판단했다.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 예고되자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 홈페이지에는 반대 의견이 잇따랐다. 10건 이하의 의견이 달린 다른 입법 예고와 다르게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 예고에 관한 의견은 1일 기준 4100건이 넘었다.

주요 의견은 사생활 침해나 성범죄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반대 의견을 밝힌 박모 씨는 “입원실은 단순한 숙박 공간이 아니라 환자가 치료와 회복을 위해 장시간 생활하는 공간”이라며 “환자는 병실에서 수면, 세면, 환복, 의료 처치 등 매우 사적인 활동을 하게 되므로 성별이 다른 환자와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것에 상당한 불편함과 심리적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이모 씨는 “인권이 점점 더 강화되는 시기에 오히려 기본권 조차 무너뜨리는,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했고, 손모 씨는 “성별을 분리해 운영하는 현재의 기준은 성범죄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인데, 이러한 기준을 없앤다는 것은 환자들을 성범죄 위험에 그대로 노출시키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봉오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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