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11인의 여성 미술가들을 호출하다…리움 ‘다른 공간 안으로’

1 hour ago 1
문화 > 전시·공연

잊혀진 11인의 여성 미술가들을 호출하다…리움 ‘다른 공간 안으로’

입력 : 2026.05.12 14:27

리움미술관, 환경예술 기획전
여성 작가들의 선구적 실험
체험형 전시 원형 한자리에
주디 시카고·정강자 작품도

주디 시카고의 ‘깃털의 방’ <리움미술관>

주디 시카고의 ‘깃털의 방’ <리움미술관>

흰 공간에 발을 들이면 136kg의 흰 거위털이 사방을 채우고 있다. 손을 뻗어 털을 날리면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감각이 온몸을 감싼다. 1960년대 미니멀리즘 남성 작가들이 차가운 강철로 공간을 채울 때, 여성 작가 주디 시카고는 가장 가볍고 부드러운 재료를 택했다. 리움미술관에서 그 작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리움미술관에서 여성 작가 11명의 선구적 작업을 복원한 기획전 ‘다른 공간 안으로: 여성 작가들의 공감각적 환경 1956-1976’이 열리고 있다. 환경 예술은 관객이 특정 공간 안에 들어가 조명, 소리, 색채 등을 몸으로 경험하도록 하는 형식으로 오늘날 체험형·참여형 전시의 시초다.

알렉산드라 카수바의 ‘스펙트럼 통로’ <리움미술관>

알렉산드라 카수바의 ‘스펙트럼 통로’ <리움미술관>

이 전시는 2023년 독일 뮌헨 하우스 데어 쿤스트에서 기획돼 이탈리아 로마 국립 21세기 미술관(MAXXI), 홍콩 M+를 거치며 확장됐다. 전시는 1976년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 ‘환경/예술’ 전시가 시작되기 전, 환경 예술이 형성되던 1956~1976년 작업을 다뤘다. 특정한 젠더 의식을 내세운 기획은 아니었지만 여성 작가들의 작업들로만 선보인다.

전시를 기획한 안드레아 리소니 뮌헨 하우스 데어 쿤스트 예술감독은 “방대한 자료를 수집·분석하는 과정에서 이 환경 예술을 창안하고 발전시킨 이들이 다수 여성 작가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여성의 작업으로 미술사를 다르게 서술하는 동시에 아시아·유럽·라틴아메리카 등 다양한 지역의 작품을 포함하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페미니즘 미술의 대표작 ‘디너 파티’로 잘 알려진 주디 시카고가 환경 예술 작가로서도 선구적인 작업을 남겼다는 사실도 이번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리움 전시에서는 한국 작가 정강자의 작품 ‘무체전’이 추가로 공개된다.

정강자의 ‘무체전’ <리움미술관>

정강자의 ‘무체전’ <리움미술관>

‘무체전’을 보기 위해 검은 장막에 들어서면 사이렌이 울리고 연기가 흘러나온다. 인공지능(AI)로 복원한 고(故) 정강자 작가의 목소리로 “여러분은 지금 나의 작품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라는 음성이 재생된다. 작가는 빛과 소리 등을 접목해 예술을 보는 것이 아닌 경험하는 것으로 확장하려 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1970년 정치 선동이라는 이유로 전시 3일 만에 강제 철거됐다. 리움미술관은 이 작품을 56년 만에 복원했다.

 침투, 배란, 발아, 배출’ <리움미술관>

리지아 클라크의 ‘집은 곧 몸: 침투, 배란, 발아, 배출’ <리움미술관>

브라질 작가 리지아 클라크의 ‘집은 곧 몸: 침투, 배란, 발아, 배출’은 인간의 탄생 과정을 공간으로 풀어낸 작업이다. 관객은 여성의 질을 연상시키는 입구를 지나 어둠 속 통로를 통과하고, 자궁을 닮은 중심부를 거쳐 밖으로 나온다. 침투·배란·발아·배출이라는 생명의 과정을 몸으로 체험하게 설계됐다. 신체와 공간, 감각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이다.

 소리와 빛의 환경’ <리움미술관>

마리안 자질라, 라 몬테 영, 최정희의 ‘리움 26 IV 29 서울 드림 하우스: 소리와 빛의 환경’ <리움미술관>

시각 예술가인 마리안 자질라와 실험 음악가 라 몬테 영, 최정희 작가가 만든 ‘드림 하우스’는 이번에 아시아에서 처음 공개된다. 이 작품은 빛과 소리로 구성된 환경 작업이다. 색채 조명으로 채워진 공간에 사인파 음향이 흐르며 관객의 감각을 서서히 변화시킨다. 이곳은 시간이 흐르며 관객의 경험이 축적되는 공간으로 작동한다. 1966년 자질라와 영이 이 작업을 처음 구현했으며, 2003년부터 최정희 작가가 합류했다.

전시는 실험적인 작업을 오늘날의 기술과 연구로 되살리면서 예술이 어떻게 공간과 몸의 경험으로 확장됐는지 보여준다. 또 미술사에 누락된 여성 예술가들의 작업을 다시 편입시킨다. 전시는 11월 29일까지.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