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 신경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느려진다. 그 영향으로 운동 능력도 30대부터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는 단지 민첩함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뇌와 심장 건강, 심지어 조기 사망 위험과도 관련이 있다.
15일, BBC는 뇌와 신체 건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간단한 반응 속도 테스트를 소개했다.
반응 속도와 건강 사이의 관계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 연구팀은 대규모 인구 데이터를 분석해, 반응 속도 저하가 건강 변화의 신호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사이먼 콕스 교수는 “사람마다 선천적으로 반응 속도에 차이가 있고, 성별, 유전, 운동 습관, 생활 방식, 성격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반응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면, 그 자체로 건강 변화의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집에서도 가능한 ‘자 떨어뜨리기 테스트’
‘자 떨어뜨리기 테스트’는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다. 센티미터 눈금이 있는 자와 도와줄 가족이나 친구 한 명이면 된다.■ 테스트 방법
〉 의자에 앉아 팔을 탁자 위에 올리고, 손목은 바깥으로 내민다.
〉 엄지와 검지를 위로 향하게 하고, 도와주는 사람이 자를 수직으로 들어 0cm가 엄지 위에 오도록 맞춘다.
〉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 예고 없이 자를 떨어뜨리면, 최대한 빠르게 엄지와 검지로 잡는다.
〉 자가 떨어진 거리를 확인하고 기록한다.
● 반응 속도 평가 기준
거리(cm) 평가
7.5 이하
7.5~15.9 . : 평균 이상
15.9~20.4 ..: 평균
20.4 이상 : 평균 이하
28 이상 ..: 느림
반응 속도는 몸과 뇌를 모두 보여주는 신호
콕스 교수는 반응 속도를 “여러 감각 시스템이 함께 작동하는 복합적인 지표”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시각, 청각, 후각을 통해 자극을 감지하고, 뇌가 이를 판단한 뒤 신경과 근육이 실제 움직임으로 반응하게 된다.
미국 콜로라도대학교의 알라 아흐메드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뇌보다는 신체의 반응 속도가 먼저 느려진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빠르게 움직이는 데 필요한 근육 섬유의 감소나,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성 저하 때문”이라고 전했다.건강한 노인은 반응도 빠르다?
실제로 건강한 고령자들은 ‘깜짝 반사(startle reflex)’ 실험에서 빠른 반응을 보였다. 이 실험은 큰 소리에 뇌가 반응해 발목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신경 반응 자체는 여전히 빠르며, 순수한 반사 속도만 보면 올림픽에서 부정 출발 판정을 받을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체가 실제로 움직이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린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시각적 자극에 대한 반응 능력 저하는 치매의 초기 징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시각 민감도는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10년 전부터 떨어지기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매튜 페인 교수는 반응 속도 향상법으로 뇌와 몸을 함께 훈련하는 ‘이중 작업 훈련’을 추천했다. 이는 인지 활동과 신체 활동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다.
예시로는 ▲ 걷기 + 고개 좌우 돌리기, ▲ 한 발로 서기 + 알파벳 말하기, ▲ 공 던지기 + 단어 연상하기 등이 있다.
콕스 교수는 “운동, 악기 연주, 보드게임, 퍼즐 같은 지적 활동은 반응 속도와 뇌 건강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뇌-신체 반응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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