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없는 덴마크, 무기는 ‘두뇌’뿐”…파격 비자로 전 세계 AI 인재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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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없는 덴마크, 무기는 ‘두뇌’뿐”…파격 비자로 전 세계 AI 인재 유치

입력 : 2026.03.25 13:49

글로벌 트래픽 관리 1위 큐잇
경영진이 말하는 덴마크 AI 경쟁력
고임금 한계 극복 위해 AI 적극 도입
EU 내 AI 활용률 1위
한 달 만에 취업 비자 뚝딱 ‘패스트트랙’

천연자원 부족과 살인적인 고임금. 기업하기 가장 어려운 조건처럼 보이지만, 덴마크는 이를 ‘인공지능(AI) 혁신’과 ‘글로벌 인재 유치’라는 역발상으로 돌파하며 유럽 내 AI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방문한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글로벌 온라인 트래픽 관리 기업 ‘큐잇(Queue-it)’ 본사. 이곳은 덴마크가 어떻게 국가 차원에서 AI 시대를 준비하고, 전 세계의 두뇌를 빨아들이고 있는지 보여줬다. 큐잇은 전 세계 172개국, 1,000개 이상의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연간 380억 명의 트래픽을 처리하는 이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이다. 한국의 대형 증권사들도 이들의 주요 고객이다.

본지 강영운 기자와 덴마크 코펜하겐 큐잇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는 제스퍼 에센드롭 큐잇 최고경영자 (가운데) 한스 J. 스코브가드 최고기술책임자.

본지 강영운 기자와 덴마크 코펜하겐 큐잇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는 제스퍼 에센드롭 큐잇 최고경영자 (가운데) 한스 J. 스코브가드 최고기술책임자.

이날 만난 제스퍼 에센드롭 큐잇 최고경영자(CEO)와 한스 J. 스코브가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덴마크가 EU 내 AI 도입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배경으로 역설적이게도 ‘높은 인건비’를 꼽았다.

에센드롭 CEO는 “덴마크는 임금 수준이 매우 높아 노동력이 저렴한 국가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스마트’하게 일해야만 한다”며 “기업들이 생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AI 등 신기술 도입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자원이 부족하다는 국가적 한계도 AI 혁신을 부추겼다. 스코브가드 CTO는 “덴마크는 석유 같은 천연자원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유일한 무기는 ‘두뇌(지적 능력)’뿐”이라며 “끊임없이 발명하고 생산성을 높여야만 국가 경제가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제스퍼 에센드롭 CEO.

제스퍼 에센드롭 CEO.

실제로 덴마크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강력한 역사적 기반을 다져왔다. 전 세계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C++와 C#, 그리고 대규모 서버 관리에 필수적인 대기열 이론(Queuing theory) 모두 덴마크 출신 학자들의 손에서 탄생했다.

덴마크 정부는 이러한 ‘두뇌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전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재들을 끌어모으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핵심은 외국인 고급 인재를 위한 ‘패스트트랙(Fast-Track) 비자 프로그램’이다.

스코브가드 CTO는 “전 세계 어디서든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불과 한 달 만에 거주증과 취업 허가가 나와 즉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까다롭고 긴 비자 발급 절차로 해외 우수 인재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국가들과 확연히 대비되는 지점이다. 현재 175명 규모인 큐잇 본사에만 무려 41개 국적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덴마크의 AI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축은 독특한 교육 철학이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쥐여주고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하지만, 결코 기술에 맹목적으로 순응하게 두지 않는다.

한스 J. 스코브가드 CTO.

한스 J. 스코브가드 CTO.

에센드롭 CEO는 “덴마크 교육의 핵심은 끊임없이 ‘왜(Why)?’라고 질문하고 권위에 도전하는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것”이라며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며, AI가 도출한 결과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새로운 지식을 얻는 ‘방법’을 아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AI 시대 덴마크 교육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강력한 인재 유치 정책과 비판적 사고를 중시하는 교육, 그리고 높은 복지 수준이 맞물리면서 코펜하겐은 실리콘밸리나 런던으로의 ‘두뇌 유출(Brain drain)’ 걱정을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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